[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우리사회를 뒤덮은 홍범도 장군 논란과 관련해 배우 조진웅이 “어이가 없어 웃는다”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조진웅은 홍범도 장군과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영화 '대장 김창수', '암살' 등에서 독립 운동가로 출연한 바 있는 데다, 특히 홍범도 장군 유해 국내 봉환 과정을 국민특사 자격으로 직접 함께 했습니다. KBS1 다큐멘터리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에 이 모든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조진웅은 홍범도 장군 파묘식과 유해 봉환식을 함께 하고 장군 이름이 명명된 거리, 장군이 마지막을 보냈던 고려극장, 동포들과 함께 묻혔던 묘역 등을 돌아보는 등 장군의 발자취를 확인했습니다.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에도 참여한 조진웅은 당시 "장군을 애도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가슴이 뭉클했다"고 감상을 전했습니다.
홍범도 장군 논란이 불거지자 본지는 여러 차례 조진웅과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오랜 시간 고민 끝에 해당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뉴스토마토에 털어놨습니다.
조진웅은 “사람이 어떤 상황에 대한 의견이나 생각을 말할 때, 혹은 어떤 질문이나 의구심과 논란으로 말미암아 회자되어 구설이 될 때, 논제가 정확하고 보편 타당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이 상황은 정상 범주에서 논리 준함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내 스스로가 이 질문에 답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처참하다”는 심경을 밝혔습니다.
조진웅은 현재의 논란을 만들어 낸 책임자들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가했습니다. 그는 “질문의 발생자들이여, 진정 그대들은 목숨 걸고 이 나라를 일구게 한 선조 선배들의 큰 뜻을 헤아려나 보았는가”라며 “목숨을 담보로 지켜낸 이 땅에 우리는 당당하고 있는가, 이런 감정적 호소가 지금 이 시기에 마땅한 읍소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난 가슴 아프지도, 주먹으로 맨땅을 치는 일도, 술을 먹고 한탄하지도 않을 것이다”라며 “그저 웃을란다. 어이가 없어 웃을란다. 참 웃퍼서(웃기고 슬퍼서) 고개를 들 수 없어 웃을란다”고 한탄했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위대한 업적을 담아낸 영화 '봉오동 전투'. 이 영화의 감독을 비롯한 배우진은 이번 논란에 대해 침묵을 선택했습니다. 홍범도 장군 역할을 맡았던 배우 최민식을 비롯해 류준열, 유해진 등 주연 배우들과 연출감독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두가 정부 눈치를 보며 침묵을 택한 가운데 홍범도 장군 논란에 대중문화계 최초로 입장을 밝힌 조진웅의 용기에 응원을 보냅니다. “침묵하는 순간 공범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범이 될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비겁함 역시 그들의 몫이며, 그들은 공인입니다.
조진웅.(사진=쇼박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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