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오뚜기, 풀무원 등 주요 식품사들이 기존에 계획했던 가격 인상을 줄줄이 철회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이들 업체는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요. 고물가 기조 장기화에 서민 부담이 커진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정부의 식품 업계 가격 인상 자제 압박이 거세지는 데 따른 부담감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다음 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주요 제품들의 가격을 높일 계획이었지만 이를 철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초 오뚜기는 내달부터 토마토케챂(300g)을 2650원에서 3000원으로 13.2% 인상하는 등 주요 제품 24종의 편의점가 인상을 계획한 상태였는데요. 결국 이달 27일 편의점 등에 인상 계획 철회를 공지했습니다.
오뚜기 관계자는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민생 안정에 동참하기 위해 주요 제품들의 가격 인상을 철회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풀무원 역시 일부 제품들의 가격 인상을 철회했습니다. 풀무원은 12월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초코그래놀라', '요거톡스타볼', '요거톡초코 필로우' 등 유음료 3종 가격을 2200원에서 2300원으로 100원 올릴 계획이었습니다.
풀무원 관계자는 "정부 물가 안정 기조도 있고,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이 커지는 어려움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헀습니다.
롯데웰푸드도 가격 인상 철회 움직임에 동참하는 모습입니다. 롯데웰푸드는 편의점에서 파는 햄 제품 '빅팜(60g)'의 가격을 내달부터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인상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식품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부득이 가격 인상을 계획했지만, 서민 부담을 고려해 이를 철회했다는 입장인데요.
실상은 정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격 인상 자제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가하면서, 업계가 사실상 백기투항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4.9%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3.8%)을 크게 웃도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빵, 우유, 과자, 햄버거 등 28개 품목 물가를 매일 밀착 모니터링하며 가격 인상 자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실정인데요.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심, 삼약식품 등 식품 업체들을 직접 방문하며 물가 안정을 당부한 점도 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입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특정 품목, 업체까지 거론할 정도로 물가 안정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시점에 독단적인 인상에 나서는 것은 업계로서도 상당한 부담"이라며 "게다가 식품 업계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개선세를 보이고 있기에, 섣부른 가격 인상은 자칫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다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업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며 "핀셋 정책을 넘어 물가 전반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대계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오뚜기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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