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쌍수 들어 환영할 일인 것은 맞죠.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행태 자체가 기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눈속임 마케팅이니까요. 다만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식품 업계에서의 최대 화두는 슈링크플레이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식품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기존대로 유지하되 크기나 중량을 줄이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식품 업계에 있어 슈링크플레이션은 표면적인 가격 상승은 억제하되 기업이 손실을 보지 않는 기법의 마케팅인 만큼 오랜 기간 활용돼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기업의 각종 제반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의 경우,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문제는 이 슈링크플레이션 행태가 소비자들을 우롱할 여지가 다분했다는 점이죠.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본능적으로 식품의 중량보다는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자주 사 먹는 과자가 얼마가 올랐다는 것은 금세 알 수 있지만, 몇 그램(g)이 줄어들었는지까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제품을 구매하면서 포장지의 제품 설명까지 상세하게 읽는 경우는 흔치 않은 까닭입니다.
정부도 이를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려웠을까요? 그간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용량 변경 사실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제도 마련에도 착수키로 했는데요.
식품 업계가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마케팅을 스스로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아예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를 관리하겠다고 표명한 것이죠.
오죽하면 정부가 이 같은 방안 마련에 나설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업의 가격 결정권을 너무 제한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상반된 마음이 동시에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처럼 복잡한 심경을 갖게 된 것은 이왕이면 정부가 이 같은 제동을 걸기 전에 기업들이 스스로 자정 작용에 나섰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 그리고 소비자들이 또 애꿎은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싶은 우려가 크기 때문인데요.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 행태에 제동을 건 만큼 기업들이 당분간 몸을 사리겠지만, 고물가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또 다른 형태의 꼼수 마케팅은 계속 등장할 전망입니다. 기업들이 가격을 낮추지도, 용량을 줄이지도 못한다면 최후의 수단은 원재료 질을 낮추는 것이죠. 슈링크플레이션을 잡으려다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가 기묘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해도 인플레 형태만 다를 뿐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면, 이건 깊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결국 식품 시장에서 핵심 주체는 정부도, 기업도 아닌 소비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김충범 산업2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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