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다 의대 모집 정원 확대 논의까지 이뤄지면서 일찌감치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의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매년 상승하고 있는 이른바 'N수생'의 비율이 내년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지 주목됩니다.
"올해 수능 난이도 갑자기 높아져 실력 제대로 발휘 못 해"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재수를 위해 학원에 등록하는 학생이 예년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보통 재수학원은 대입 정시 모집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는 2월 중순 이후 등록자가 많아지지만 올해의 경우 이달부터 문의와 등록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올해 수능의 난이도가 예기치 않게 갑자기 높아지다 보니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이달 안에 수시 모집 추가 합격자 발표까지 마무리되면 재수 문의와 등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수능은 만점자가 1명에 불과할 정도로 상당히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국어·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150점과 148점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국어 영역은 무려 16점이나 상승했고, 수학 영역도 3점 올랐습니다. 표준점수는 개인이 획득한 점수가 전체 응시자의 평균 점수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떨어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합니다. 영어 영역 역시 1등급의 비율이 4.71%에 그쳐 절대평가가 도입된 이래 가장 낮았습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킬러 문항 배제 방침으로 '물수능'이 될 것을 우려해 변별력 확보에만 집중한 나머지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정부는 사교육 경감을 위해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역대급 '불수능'의 영향으로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사교육 시장은 더욱 활황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 따른 수능을 처음으로 경험했으니 한 번 더 도전하면 올해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선행반 등록 인원 증가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재수생 규모가 예년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다 의대 모집 정원 확대 논의까지 이뤄지면서 일찌감치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의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서울의 한 입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내년 수능이 올해보다 쉬울 것이라는 기대감 등으로 N수 선택 늘어날 듯"
여기에 정부가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모집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더욱 많은 학생들이 재수를 선택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정부 계획대로 내년부터 의대 정원이 증원되면 합격 점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각 대학은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이 2025학년도에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 2030학년도까지는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이 증원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으나 정부는 필수 의료 확충 등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증원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교육계에서는 역대급 '불수능'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의 영향으로 내년도 'N수생'의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수능 응시자 중 졸업생 등 'N수생'의 비율은 35.4%로 현 수능 체제가 시작된 2005학년도 이후 가장 높았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종로학원이 지난 8일과 9일 수험생 20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0.4%가 대입 재도전을 염두하고 있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올해 수능이 굉장히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내년 수능은 올해에 비해 쉬울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N수를 택하는 학생이 많을 수 있다"며 "여기에 의대 정원 확대 규모까지 구체화되면 N수를 마음먹는 학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육계에서는 역대급 '불수능'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의 영향으로 내년도 'N수생'의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달 6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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