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공시公示’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제도인데요. 연예인들을 발굴해 훈련하는 일을 하거나 소속된 연예인을 관리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를 의미했던 연예 기획사가 어느덧 K팝의 성장과 함께 글로벌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투자자들에게 엔터 기업의 내부 정보는 ‘깜깜이’ 수준입니다. 엔터 기업 대부분이 상장사임에도 투자자들은 지라시를 통해 기업 아티스트 관련 정보를 접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공시 관련 개선점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대형 엔터회사들의 주요 상품은 아티스트인데요. 아티스트의 인기 척도가 사실상 기업 실적에 직격하는 구조이지만 아티스트 관련 매출에 대한 명확한 집계가 공개 사항은 아닙니다. 아티스트 관련 매출 집계가 없다보니 엔터사 공시에서도 기업이 자의적 판단을 통해 취사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현재 포괄주의 공시 제도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엔터 빅 4 외관.(사진=각사)
기업 판단에 맡겨진 포괄 공시
'포괄주의 공시 제도'는 기업이 자율적 판단에 따라 중요한 정보를 공시하게 하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영업·생산활동, 재무구조 또는 기업 경영 활동 등에 관한 사항으로 주가 또는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사실이나 결정도 수시 공시 대상이 됩니다. 중요 정보의 판단 기준은 재무적 사항일 경우 매출액·자기자본·자산총액 대비 차지하는 비율이 유가증권시장 5%·코스닥 10% 이상인 경우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엔터기업은 연예인이 하나의 매출처로 공시 규정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기업 재무제표나 향후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이 자발적으로 자의적 판단 하에 공시해야 한다"며 "개별 연예인의 활동에 대해서는 공시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이벤트인지를 기업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공시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업계에서는 엔터산업의 특성 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에서 단체로 계약하든 개인으로 계약하든 회사와 개인 간의 얘기"라며 "제도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블랙핑크 재계약과 관련한 공시와 관련해 논란이 있었지만, 블랙핑크처럼 엔터사 기업 매출에 큰 영향을 차지하는 선례는 찾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의 전사 실적에서 블랙핑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가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아티스트 계약문제는 확정되기 전까지 경영진도 확신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람과 사람 간의 문제라 자율성이 존중돼야 해 공시를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블랙핑크의 계약 종료 시점은 미리 알 수 있었던 부분인 만큼 투자 의사 결정 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티스트별 매출, 여전히 미공개
엔터업계에서 소속사와 아티스트간 수익 분배 문제 등은 고질적으로 제기된 불공정 관행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22년에는 이승기·츄 등의 연예인이 소속사와 계약한 수익 정산 문제로 갈등이 있었는데요. 불투명한 회계 처리가 근본적인 문제로 꼽혔습니다.
아티스트와 소속사 간 수익 배분에는 기준이 있겠지만, 실제 매출이 얼마나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엔터사의 주요 실적 보고서를 보면 매출 및 수주상황에 음원, 콘서트, 공연, 광고모델, 로열티, 출연료 등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아티스트별로는 알 수 없는 실정인데요.
업계 관계자는 "엔터산업은 사람이 하나의 상품처럼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분야로 가격이 일관되게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수익 분배에서 불공정한 관행이 있을 수 있는 구조"라며 "엔터사에서 아티스트별 매출 금액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아티스트라면 공시 등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블랙핑크 개별활동에 대해 별도의 공시를 하지 않았던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측은 "단체활동 계약은 매출액 10% 기준에 해당돼 그룹활동 재계약에 대해 이사회 승인을 거친 뒤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검토를 마친 후 공시를 했던 것"이라며 "개별활동은 매출이나 수익에 대한 기여도가 미미해 공시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시 요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투자자 투자 판단에 기여하기 위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블랙핑크(사진=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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