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신상민 기자] 작년 11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K팝 위기론’을 거론했습니다. K팝 신드롬 중심에 있는 하이브, 하이브를 이끄는 방 의장 발언은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는데요. 강력한 헤비 팬덤은 확정성의 한계가 있기에 긴 호흡으로 소비를 확장시킬 라이트 팬덤이 보다 두터워져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K팝 생명력 확장을 위해 ‘굵고 짧게’ 보다 ‘넓고 가늘고 길게’. K팝 시장을 이끄는 주요 동력에 대한 딜레마를 짚은 내용이었습니다. 라이트팬덤의 현 주소 <뉴스토마토>가 짚어봤습니다. 편집자주
K팝 신드롬 뿌리는 ‘팬덤 소비’입니다. 그리고 ‘팬덤 소비’ 뿌리는 ‘헤비 팬덤’입니다. 앨범 구매부터 각종 굿즈 소비와 콘서트 참여 등 적극적으로 K팝을 소비하는 주류층, 그게 바로 헤비 팬덤입니다. BTS 헤비 팬덤 ‘아미’는 전 세계에 걸쳐 가장 막강한 헤비 팬덤인데요. 하이브는 헤비 팬덤 구축에 이어 라이트 팬덤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뉴시스
‘라이트 팬덤’ 확산 위한 접근성 확장
하이브(352820)는 라이트 팬덤 확산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 음악적 면만이 아닌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다양한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해당 그룹의 이름을 내세운 고정 예능에 출연키로 한 것입니다
. tvN·위버스 예능 콘텐츠
‘나나투어
with 세븐틴
’ 얘기입니다
.
‘나나투어’는 ‘세븐틴’이 데뷔 1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나영석 PD가 연출을 맡은 ‘나나투어’는 TV에서 70분 안팎 분량으로 방송되고,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125~180분으로 편집한 내용을 따로 공개 중입니다. 현재 위버스에서 ‘나나투어’ 조회수는 1억뷰를 넘겼고 VOD는 146개 지역에 판매됐습니다.
앞서 작년에는 ‘BTS’ 뷔도 나 PD의 ‘서진이네’에 출연해 무대에서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보였습니다. 이미 굳건한 헤비 팬덤층이 있는 소속 아티스트의 잇따른 예능 출연은 확장성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팀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여 라이트 팬덤 규모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예능에 출연해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낼 경우 자칫 무대에서와 다른 모습에 실망한 헤비 팬덤층이 이탈할 가능성은 늘 상주하기 마련”이라며 “이름을 알리기 위한 신인도 아닌 입장에서 아티스트가 예능 출연을 한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은 대중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료=뉴스토마토
멜론 차트 TOP100, ‘하이브 효녀’ 뉴진스
방 의장의 말대로 앞으로의 K팝 시장에선 음원을 가볍게 소비하는 라이트 팬덤이 헤비 팬덤보다 더욱 중요한 소비층입니다. 방 의장의 발언을 뒷받침하듯 하이브는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가볍게 즐기는 대중성을 지향하는 모습입니다.
방탄소년단, 뉴진스, 르세라핌, 세븐틴의 곡들은 1년 내내 멜론 차트 TOP100 안에 진입해 있습니다. 아티스트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헤비 팬덤과 달리 가볍게 듣고 보고 즐기는 라이트 팬덤층은 음악을 듣기 위해 쉽게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내 가장 대표적인 음원 플랫폼 멜론 차트를 통해라이트 팬덤층의 향방을 알아 봤습니다.
18일
<뉴스토마토
>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23년
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하이브는 멜론 차트 기준 월별
TOP100에서 20.2곡을 올려놔
4대 기획사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 에스엠(041510)보다
14.8곡
,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보다
16.4곡
, JYP Ent.(035900)보다
19.4곡이나 더 많이 차트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 그만큼 타 엔터사에 비해 대중적인 음원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
그중 일등공신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뉴진스’인데요. 뉴진스는 월 평균 6.8곡이 월별 TOP100에 포함됐습니다. 'Ditto' 'Hype Boy'의 경우 2022년 발매된 곡임에도 1년 내내 TOP100에 올랐습니다. 방탄소년단 곡도 꾸준히 소비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월 평균 4.1곡이 월별 TOP100 안에 들었습니다. '봄날'(2017년), 'Dynamite'(2020년), 'Butter'(2021년)는 1년 내내 TOP100 안에 포함됐습니다.
방탄소년단(BTS). 사진=더팩트뮤직어워드
대중성이 라이트 팬덤 확산의 동력
주목할 것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솔로 앨범의 영향력 차이인데요. 굳건한 헤비 팬덤인 아미들에 의해 음원이 소비된다면 멤버별 솔로 앨범의 차트 영향력도 비슷한 수준이어야 하는데요. 하지만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솔로 앨범 차트 진입은 격차가 있습니다. 음악적 대중성의 차이가 라이트 팬덤의 격차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네 사람의 솔로 앨범 중 정국의 솔로 앨범이 라이트 팬덤 선택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국은 7개월째 평균 3.7곡이 멜론 TOP100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민은 여섯달 동안 TOP100에 랭크됐고, 제이홉은 다섯달 동안 TOP100에 머물렀습니다. 뷔의 솔로 앨범은 두달 동안 TOP100에 올랐습니다.
라이트 팬덤 확산 전략 방안과 관련해 하이브 측은 “특별히 라이트 팬덤을 정하고 음악을 만들지는 않는다”면서도 “결과적으로 곡이 히트했기 때문에 대중성이 있다고 판단이 되는 부분이 부각된 것으로 보이며, 폭 넓은 대중들에 소비되면서 라이트 팬덤 확산에 힘을 보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재범·신상민 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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