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확대 시행 한 달…사망자 증가 속 유예 '촉각'
29일 본회의서 유예안 통과 가능성 희박
중기중앙회, 헌법소원·결의대회 예고
2024-02-27 15:41:42 2024-02-28 14:01:34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후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 기간 중처법이 신규 적용된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법의 심판대에 놓이게 된 사업주도 함께 늘었습니다. 중소기업계는 중처법 확대 적용 유예안의 국회 통과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이 시작된 지난 1월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10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고용부는 해당 기업에 대해 사업주의 사고 예방 의무 이행 여부 등을 확인 중입니다. 중처법에 따르면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중소기업계는 오는 29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중처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 중입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총선에만 혈안인 상태로,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유예안이 다뤄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입니다. 중처법 유예안 자체가 주요 안건에 포함되지 않은 데다, 야당 회의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9일 본회의가 22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여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당분간 중처법 유예에 대한 논의 자체가 어려울 전망입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정책과제 및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예가 무산되면 중소기업계는 헌법소원 카드를 꺼내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남, 충청 등 지역에서도 결의대회를 열어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2년의 유예가 끝나고 법 시행 후 한 달이 됐지만, 현재 중소기업들의 안전조치 관련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안전관리자 등 주요 요건을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중소기업들은 임시로 극단적인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미봉책만 찾고 있습니다.
 
일례로 고령자의 사망사고가 잦은 건설업계에서는 고령자 고용을 기피하는 중입니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중처법의 모호한 의무와 과도한 처벌로 인해 중소기업인들은 책임 면피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형 건설 현장에서는 고령자를 고용하지 않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도 중처법 때문에 고령자 고용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를 막는 안전장치를 제조하는 한 기업은 중소기업의 문의가 1건도 없다고 말합니다. 황현승 세이프티 대표는 "중소기업의 문의는 전혀 없었다. 중소기업은 하루 먹고 살기가 바쁘기 때문에 안전장치에 대해 관심을 두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산업현장에 문만 있다면 안전장치를 설치해 사고를 줄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이런 장치를 찾을 시간도, 형편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중소기업계는 당장 중처법 적용 유예가 되지 않더라도 종국에는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소기업 대표가 조사를 받고 형사처분을 받게 되면 영업은 물론, 자금 조달도 어려워진다"며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이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소기업 몇 곳이 문을 닫으면 정부도 중처법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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