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방위사업청(방사청)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추가적인 법적공방으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건에 임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을 공개하는 등 현대중공업을 경찰에 고발하게 된 경위를 밝혔습니다. 방사청이 현대중공업을 해군 함정 사업의 부정당 업체로 지정하지 않은데 따른 한화오션의 후속 조치입니다.
한화오션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한화빌딩에서 'HD현대중공업 고발 관련 입장'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설명회에는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발표를 맡았습니다. 구 변호사는 "경쟁사가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해 비인가 서버에 저장하는 심각한 보안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상응하는 조치가 없었다"며 "이같은 불법행위가 반복되지 않고 방위산업의 정의와 공정을 확보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설명회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앞서 방사청은 지난달 27일 계약심의회를 열고 KDDX 사업과 관련한 현대중공업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를 행정지도로 의결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함정 사업 입찰 참가 자격 유무를 논의한 겁니다.
방사청은 심의에서 현대중공업의 국가계약법과 청렴서약서 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결정했습니다. 방사청은 국가계약법은 5년의 제척기간이 지났고, 청렴 서약은 임원 개입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대중공업의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한화오션은 현대중공업 불법행위에 상응하지 제재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냈으며 임원 개입 주장의 근거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특히 한화오션이 국방부검찰단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현대중공업 직원은 장보고3 배치2 선행연구를 참고하기 위해 군사 비밀 자료를 열람, 촬영했고 이를 결재 계통에 있는 상급자들도 알고 있었다며 인정했습니다. 다만,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행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한화오션이 확보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별사볍경찰 조서 내용. (사진=이승재 기자)
구 변호사는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에서 현대중공업 직원은 KDDX 관련 자료를 열람한 뒤 불법 촬영한 것에 대해 부서장, 중역같은 상급자들이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뿐만 아니라 불법 취득한 기밀자료를 비인가 내부서버(NAS)에서 관리하면서 압수수색과 보안감사 대응 매뉴얼도 작성한 조직적인 범죄"라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억지 주장"에 유감 표해
이같은 한화오션의 주장에 현대중공업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내세운 근거는 이해하기 힘든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며 "임원 개입 여부 등 한화오션이 문제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화오션이 발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양사의 다툼이 점차 커지는 이유는 올해 말에 있을 KDDX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수주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방사청은 오는 2030년까지 6000톤(t)급 KDDX 6척을 발주합니다. 총 사업비는 7조8000억원 규모로 KDDX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됩니다. 호위함급 이상 함정을 설계·건조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유일합니다. 따라서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는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이 각각 나눠 수주했습니다.
방사청은 2006년 개청한 후부터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에 선도함 건조를 맡겨왔습니다. 방위사업관리규정을 보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KDDX 수주와 관련해 현대중공업의 중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만큼, 선례와 같이 수의계약 형태말고 경쟁계약으로 초도함 건조 사업이 진행되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KDDX가 경쟁입찰로 간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수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 고발장 제출에 대한 입장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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