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이커머스 업계 수위 업체들인 쿠팡과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알리) 간 격돌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모양새입니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알리가 국내 시장을 폭격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쿠팡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배송 시스템을 확대하고 인력을 늘리는 등 맞대응에 나선 것인데요. 사실상 양사 간 '쩐의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더욱 늘 전망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중소 업체들의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이커머스 업계 전쟁의 불을 지핀 것은 알리입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우리나라에서 사업 확대를 위해 3년간 11억 달러(1조4471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서를 우리 정부에 제출한 바 있는데요.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알리는 한국 판매자 수수료 면제 정책을 통해 더 많은 판매자가 판로를 확장하고 소비자와 접점을 강화하도록 돕고 싶다"며 "특히 중소 파트너들의 비즈니스 성장을 지원해 상생하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알리는 2억 달러(2630억원)를 투자해 연내 국내에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18만㎡ 규모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또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를 돕는데 1억 달러(1315억원)를 투자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이 같은 알리의 투자 계획 천명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위기의식도 더욱 커졌는데요. 알리의 투자 계획이 공개된 지 보름도 안 돼 쿠팡이 맞불 전략을 내놨습니다.
쿠팡은 지난 27일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오는 2027년까지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26년까지 8곳 이상 지역에 신규 풀필먼트센터(FC) 운영을 위한 신규 착공과 설비 투자를 추진하고,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70%)에 시행중인 로켓배송을 230여곳(88%)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앞서 이달 중순 쿠팡은 지역 인재의 적극 선발에 나서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물류설비 보전을 담당하는 오토메이션 부문에서만 80여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오토메이션에서 진행해 온 채용 중에서는 최대 규모입니다. CFS는 전국에 걸쳐 최첨단 물류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만큼, 오토메이션 관련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양사 간 격전으로 소비자들의 편의성은 한결 증대될 전망입니다. 특히 쿠팡의 무료 로켓배송망 확대로 상당수 도서산간지역 주민들의 경우 추가 배송료와 이동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경우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초격차를 실현해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아울러 3조원이라는 수치는 알리가 제시한 투자 계획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만큼 알리의 공세를 막겠다는 결의를 함께 보였다고 해도 무방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쿠팡과 알리 대전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피로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거대 이커머스 업체들 만큼의 프로모션에 나설 수 있는 곳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예상치 못한 쩐의 전쟁에 향후 중소규모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 기사가 배송 준비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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