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중국산 스티렌모노머(SM) 덤핑 조사 발표를 앞둔 지난달 수입가격이 급등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덤핑 조사에 들어가더라도 지난달 수치 때문에 덤핑 근거를 잡기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됩니다. 국내선 이례적으로 중국산 석유화학제품에 대해 덤핑조사를 개시한 사안이라 관심이 쏠립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한화토탈에너지스 및 여천NCC(한화솔루션-DL케미칼 자회사)의 요청으로 중국산 SM에 대한 덤핑 조사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중국산 SM의 덤핑(채산을 무시한 싼 가격) 여부를 판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국내 SM 수입가격은 3월에 1100달러를 훌쩍 넘어서(1140달러)며 급등했습니다. 지난 1월과 2월엔 모두 국산 제품 가격(각 1041, 1109달러)이 수입산(1034, 1080달러)보다 비쌌는데 3월에만 역전된 것입니다. 3월에 국산 가격은 1081달러로 되레 후퇴했습니다. 이에 감독당국이 덤핑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중국업체들이 국내 덤핑조사를 염려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렸는지 확증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국내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에 이미 덤핑조사 개시 소문은 돌았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한화토탈에너지스와 여천NCC가 중국산 덤핑을 정부에 제소한 것도 지난달입니다. 한화 등은 중국산 저가공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수익성이 나빠진 국내 SM업체는 지난달 일부 공장을 폐쇄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이번 덤핑조사는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민감한 요소입니다. 국내서 중국에 수출하는 SM에는 이미 7% 내외 덤핑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에 국내 수입 중국산에 대해서도 덤핑관세 부과는 일면 공평한 것처럼 비춰지나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석유화학은 특히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덤핑판정에 따른 관세 부과 시 또다른 보복관세를 부를지 염려되는 대목입니다.
이번 SM 덤핑조사를 둘러싼 국내 업체들의 이해관계는 복잡합니다. SM은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의 핵심 원료입니다. ABS는 가전제품과 전기차 등에도 폭넓게 쓰여 한 때 제조사인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의 역사적 호황을 이끌었던 만큼 중요합니다. SM은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직접 생산하며 금호석유화학만 외부 조달합니다. SM만 만드는 곳은 덤핑조사를 요청한 한화와 여천NCC 외에도 SKC, SK지오센트릭이 더 있습니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중국산과 경쟁합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저렴한 중국산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LG화학, 롯데케미칼은 SM을 내재화해 중국산 공세를 피할 수 있지만 최종 제품인 ABS 경쟁에서 원가 덤핑은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ABS와 SM 스프레드 마진(원료-제품값 차이)은 수입산 SM의 경우 1월과 2월 각각 649, 640달러로 국산 642, 611달러보다 높았습니다. 수입산 SM이 저렴해 이를 활용할 경우 제품 마진을 더 남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수입산 가격이 크게 오른 3월에는 마진도 역전됐습니다. 수입산 스프레드가 647달러에 머문 반면 국산 스프레드는 705달러까지 올랐습니다. 가장 기초 원료인 나프타 대비 마진 추이를 보면 3월에 전달보다 5.23% 올랐는데 수입산 SM 스프레드는 1.09%만 오른 저조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같은 기간 국산 SM 스프레드는 15.38%나 올라, 상대적으로 수입산 SM 가격의 이례성도 부각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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