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비서실장·정무수석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최수빈 기자] 정치 원로들과 헌법학 교수들은 입을 모아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특히 승자 독점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분권형 개헌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권력 분산에 대한 제도적 개선 없이는 대통령과 국회의 대립이 반복돼 생산적인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본지는 25일 정치 원로들과 헌법학 교수들에게 개헌의 당위성과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정치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헌법학자인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의견을 줬습니다.
4년 중임부터 책임총리제까지…"어떤 제도든 단임제보다 낫다"
정치 원로들은 모두 개헌을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정치개혁 과제로 바라봤습니다. 특히 현 권력구조 개편에 주목했습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계속 유지하다가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만 커질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문희상 전 의장은 "권력은 분산되지 않으면 몰리게 돼 있다"며 "승자독식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권력 분산 방법으로 '책임 총리제', '내각 책임제',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등 여러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특정 제도 하나만을 고집하진 않았습니다. 어떤 방식이라도 좋으니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현실화 시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대철 회장은 "기본적으로 내각책임제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제도화까진 미치지 못했다"며 "이원집정부제를 통해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거나,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하는 것 모두 현 대통령 5년 단임제보다 낫다. 국무총리에게 내치에 관한 일반적인 권한을 주고 대통령은 외교·국방 권한만 갖는 등 권력 분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전 의장은 '책임총리제'를 제안하며 국회에서 총리를 뽑는 방식으로 개헌하자고 했습니다. 그는 "국회에서 2명의 총리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총리는 국회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또 책임을 지고 물러날 땐 총리만 책임지면 대통령은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문 전 의장은 책임총리제 외에 대통령 4년 중임제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헌법학 교수들도 권력 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이헌환 교수는 "그동안 대통령 중심 권력 구조였기 때문에 국민 대표 기관인 입법부, 국회 중심으로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 중심제와 내각책임제가 절충된 이원집정부제를 예로 든 이 교수는 내각 인사들을 의회에서 뽑아 의회 내에서 정치적인 타협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황도수 교수는 권력 분산을 위해 "직접민주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직접민주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을 만드는 것"이라며 "지금 야당이 180석을 가지고 법률을 만들어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막혀버렸다. 법률의 폐지에 대한 조문 하나로 국민 투표를 붙이게 된다면 국회에서 법률안을 만들 때 국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개헌 키 쥔 '윤 대통령'…"임기 중 이뤄내면 업적될 것"
개헌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는 윤석열 대통령을 꼽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개헌에 나설 때 비로소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개헌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문 전 의장은 "개헌은 결국 윤 대통령의 결심에 달렸다"며 "개헌은 국민의 목소리다. 임기를 단축하고 개헌을 선언하면 다시 역사 속에서 살아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회장은 "(윤 대통령에게) 국민적 지지 기반이 없을 때 백년대계를 내다보면서 임기 중에 개헌을 앞장서서 이뤄내면 윤 대통령에게 좋은 업적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헌법에 사회권과 경제권 등을 명시하는 것과 관련해선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의 기본 수요를 충족시키는 장치가 담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예를 들어 주거권을 기본권이라는 방식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평화적으로 살 권리도 고려해야 한다. 구조적 측면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사면권 행사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가 적극적인 해석을 하지 못한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주용·최수빈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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