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모바일 플래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슈퍼 앱(Super app)'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반쪽자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슈퍼앱은 은행, 증권, 카드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의 서비스를 한개의 앱에 모아놓은 것으로, '원앱'으로도 불립니다. 그런데 이체, 거래, 자산내역 보기 등 핵심적 금융거래만 담았을 뿐 소비자가 자주 이용하는 부가 기능은 기존 계열사 앱을 그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금융지주, '슈퍼 앱' 마케팅 치열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한금융지주는 은행· 카드·증권·생명보험·저축은행 등 5개 계열사의 기능을 한곳에 모은 '신한 슈퍼쏠(SOL)' 앱을 출시했습니다. 앞서 KB금융지주는 지난 2021년 은행 앱인 'KB스타뱅킹'에 카드·증권·손해보험·생명보험·저축은행 등 계열사 기능을 통합했습니다. 하나금융지주도 은행 앱 '하나원큐'에서 보험, 카드 등 계열사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직 슈퍼앱을 내놓지 않은 금융사들도 저마다 슈퍼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 하반기 기존 은행 앱 '우리원(WON)뱅킹'을 개편한 '뉴원(WON)'앱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농협금융지주도 내년 초까지 은행 앱 'NH올원뱅크'를 고도화해 슈퍼앱으로 만드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금융지주사는 계열사 금융 서비스를 통합했다며 '슈퍼앱'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서비스는 반쪽짜리에 불과합니다. 기존 계열사 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슈퍼앱에서는 이용할 수 없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국 여러 앱을 그대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 내 신한 슈퍼쏠 사용자 리뷰를 살펴보면 "기존 앱에서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하거나 기존 앱에는 있지만 통합 앱에는 없는 기능이 많아 불편하다"는 의견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존 신한은행 앱 '신한SOL(쏠)'에서 제공하는 기능이 슈퍼쏠에서는 빠져있습니다. 대부분의 은행 앱에서는 이체 후 거래내역에서 특이사항을 메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 앱에서는 메모 기능을 활용할 수 있지만 슈퍼쏠에서는 개별 거래내역에 대한 메모 기능이 없습니다. 기존 은행 앱에서 메모를 해놓은 내용이 동기화되지 않다보니 신한은행 앱을 다시 켜봐야 합니다. 은행 앱에서는 모바일 통장사본 발급 기능을 제공하지만, 슈퍼쏠에서는 해당 기능이 없습니다.
기존 카드 앱인 '신한 SOL페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즉시결제' 기능이 슈퍼쏠에는 포함돼있지 않습니다. 당월 결제분은 슈퍼쏠에서 선결제할 수 있지만 익월 결제해야 할 건을 미리 결제하기 위해서는 쏠페이 앱에 접속해야 합니다. 소비자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지난 3월 슈퍼쏠 앱의 기능적 미비사항에 대해 이러한 지적이 담긴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부분선결제 기능은 사용빈도가 낮아 초기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추후 고도화시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각 계열사 앱에는 포함된 챗봇 기능 역시 슈퍼쏠에는 포함돼있지 않습니다. 사용자들은 거래 과정에서 생긴 문의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객센터 메뉴 내 '고객센터 전화상담' 카테고리를 선택해 계열사별 콜센터를 이용하거나 기존 앱의 챗봇 기능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모든 기능 담으면 구동 느려져"
KB스타뱅킹 역시 일부 계열사 앱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카드 발급 신청 후 상황을 조회하려면 기존 카드 앱인 'KB페이'가 필요합니다. 이중환전 없이 현지통화로 직접 결제하는 기능인 원화결제서비스(DCC) 차단을 비롯한 해외 카드사용 관련 기능 역시 KB페이에서만 가능합니다. 하나원큐 또한 해당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카드 앱인 '하나페이' 앱을 사용해야 합니다.
은행앱 기반 슈퍼앱의 경우 별도의 앱을 깔 필요가 없어 편리하지만 계열사 기능 확인이 직관적이지 못하고 여러 번 클릭해야 해 번거롭습니다. 은행 기능 외 증권, 카드 등 다른 기능은 앱 구동 후 바로 보이는 페이지에 표기되어있지 않고, 전체 메뉴를 클릭한 후 계열사별 별도 페이지에 접속해야만 이용 가능합니다.
계열사간에 고객 개인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별도의 회원가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번거롭습니다. 기존 카드앱인 KB페이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KB스타뱅킹 내에서 카드 기능을 사용하려면 또다시 앱 내 회원가입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계열사간의 정보 공유는 규제사항이라 사전 동의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하나의 슈퍼앱 내에 모든 계열사 기능을 담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계열사별 금융앱 하나하나가 차지하는 용량이 크다보니 모든 기능을 한 곳에 담았을 때 오히려 앱이 느려지는 등 사용자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또한 금융거래 특성상 보안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보안 이슈가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기능을 담는 방향으로 가긴 하겠지만 일단 핵심적인 기능만 모아서 출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중은행 슈퍼앱 내 화면. 별도로 출시한 슈퍼앱인 신한 슈퍼쏠은 메인화면에서 각 계열사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은행 앱에 계열사 서비스를 추가한 KB·하나금융은 전체 메뉴를 눌러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왼쪽부터 신한·하나·KB(사진=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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