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박창욱 기자] 초여름인 6월 중순 서울 5대 쪽방촌(돈의동·창신동·남대문·동자동·영등포)의 실내온도가 인접한 주변 상업시설 실내온도보다 평균 3.7도나 높은 걸로 조사됐습니다. 6월 중순이면 아직 한여름 전이지만, 쪽방은 찜통을 방불케 하는 겁니다. 상업시설은 단열재를 갖춘 콘크리트로 지어진 반면 쪽방은 슬레이트 지붕에 벽돌과 조립식 패널로 대충 방을 만들어 단열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겁니다. 쪽방촌엔 냉방시설까지 부족합니다. 한여름이 되면 쪽방촌 실내온도는 더 치솟을 걸로 보여 대책이 시급합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 동안 서울 시내 5대 쪽방촌을 찾아 쪽방 실내온도를 측정하고, 이를 쪽방촌 인근 상업시설의 실내온도와 비교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서울 시내 5대 쪽방촌은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과 창신동 쪽방촌, 중구 남대문 쪽방촌,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 등(돈의동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나열)입니다. 온도 측정은 '비접촉 적외선 온도계' 2대로 진행했습니다.
12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의 한 쪽방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쪽방 111곳과 주변 상업시설 58곳 온도 비교
돈의동에선 쪽방 27곳과 주변 상업시설(카페, 편의점 등) 13곳의 실내온도를 측정했습니다. 돈의동 쪽방의 평균 실내온도는 27.1도, 주변 상업시설 평균 실내온도는 22.6도였습니다. 실내온도 차이는 4.5도에 달합니다.
창신동 쪽방(21곳)과 주변 상업시설(11곳)의 평균 실내온도 차이는 5.0도, 남대문 쪽방(23곳)과 주변 상업시설(12곳)의 평균 실내온도 차이는 2.4도였습니다. 동자동 쪽방(18곳)과 주변 상업시설(10곳)의 평균 실내온도 차이는 1.9도, 영등포 쪽방(22곳)과 주변 상업시설(12곳)의 평균 실내온도 차이는 4.7도에 달했습니다.
3일간 5대 쪽방촌의 쪽방 111곳과 그 주변 상업시설 58곳의 평균 실내온도를 실측해 비교한 결과, 쪽방의 평균 실내온도는 27.9도, 주변시설의 평균 실내온도는 24.1도였습니다. 실내온도 차이는 3.7도에 달했습니다.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 넘는 쪽방은 '61.3%'
그런데 5대 쪽방촌의 실태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평균값을 뛰어넘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먼저 돈의동 쪽방 27곳에선 실내온도 최고가 30.1도, 최저가 24.5도였습니다.
창신동 쪽방 21곳에선 실내온도 최고가 30.4도였고, 최저는 27.6도였습니다.
남대문 쪽방 23곳에선 실내온도 최고가 27.7도, 최저가 25.2도였습니다.
동자동 쪽방 18곳에선 실내온도 최고가 29.9도, 최저가 25.5도였습니다.
영등포 쪽방 22곳에선 실내온도 최고가 30.0도, 최저가 26.4도로 집계됐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정한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 기준은 26도~28도입니다. 그런데 취재팀이 비접촉 비접촉 적외선 온도계 2대로 실측한 5대 쪽방촌 111개 쪽방 중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 상한(28도)을 넘는 곳은 68곳이나 됐습니다. 무려 61.3%의 쪽방이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를 넘는 찜통이라는 겁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열사병이나 일사병 등 온열질환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13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쪽방 건물 전경. 문에 월세방 있다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고질적인 냉·난방 문제에 열악한 '주거환경'
올해 6월 기준으로 서울에만 2400명 정도가 쪽방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보증금 없이 싼 값에 방을 얻어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쪽방은 열악한 주거환경이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잠잘 곳이 곳이 좁고 화장실과 씻는 게 불편한 건 둘째치고 가장 큰 현안은 냉·난방 문제입니다. 쪽방은 허름한 건물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고 벽돌과 조립식 패널로 대충 가벽을 세워 방을 만든 데다 냉·난방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겁니다.
실제로 종로를 지역구로 둔 곽상언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종로구 내 쪽방촌의 에어컨 보급률은 창신동이 6.3%(238개 방 중 15대), 돈의동이 13.0%(730개방 중 95대)에 그쳤습니다. 여름철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정부와 지자체에선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서 머물기를 권고하고 있지만, 쪽방촌은 예외입니다. 환기가 원활하지 않고 냉방시설까지 완비돼 있지 않아 온열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더욱 커집니다.
쪽방촌 거주자들도 여름철이 괴롭다고 합니다. 동자동 쪽방에 11년째 살고 있다는 최모(62)씨는 "에어컨이 복도에 있기는 하지만 층마다 하나씩 있어서 그냥 통로만 시원하다"며 "방이 시원해지려면 문을 열어놔야 하는데 문 열고 자면 도둑 들 수 있다. 그냥 탁 트인 놀이터에 나가 그늘 밑에서 쉬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돈의동과 영등포 등 일부 쪽방촌 골목길에는 실외온도를 식혀주는 쿨링포그(안개형 냉방장치)가 여러대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치솟는 무더위 땐 쿨링포그는 무용지물이 된다고 합니다. 오히려 습도만 높아져 빨래가 잘 마르지 않고, 물을 계속 맞게 돼 찝찝하다는 거주자들의 하소연도 있었습니다.
12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쪽방 건물의 공용 샤워실. (사진=뉴스토마토)
안창현·박창욱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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