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SGI서울보증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지만 보증보험 시장 독점 구조는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보증보험 시장의 민간 개방보다는 독점 구조를 유지해 영업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보험업황 부진으로 새 먹거리가 절실한 민간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의 기업공개 작업과 별개로 보증보험 시장의 민간 개방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보증보험 업무에 대한 민간 시장 개방 여부는 경영권 매각이 이뤄질 때 검토하도록 돼 있다"며 "경영권 매각은 보증보험 시장 개방 여부를 감안해 당국에서 결정할 것이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 시작 가격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도 "현 단계에서 보증보험 시장의 민간 개방에 대한 검토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SGI서울보증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보증보험사 합병으로 탄생했습니다. 당시 예금보험공사(예보)는 10조2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SGI서울보증 경영권을 인수했습니다. 예보가 회수해야 하는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5조6364억원이 남았습니다.
최대 주주인 예보는 내년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SGI서울보증의 IPO를 재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예보가 보유한 SGI서울보증 지분 93.85% 중 전체 발행 주식의 10% 이상을 IPO를 통해 매각하는 방식입니다. 상장이 완료되면 수차례에 걸쳐 소수 지분 최대 33.85%도 추가 매각할 계획입니다. 이후 경영권 지분 매각(50%+1주 이상)까지 완료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공적자금 회수 잔액이 5조원 이상 남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각가입니다. 보증보험 특성상 비교 대상은 사업구조가 유사한 손해보험사들인데, 손보사들은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SGI서울보증의 실적도 줄어드는 상황이라 '배당주'로서 매력을 보여주기도 어렵습니다.
SGI서울보증은 지난해 IPO를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철회한 바 있습니다. 당시 SGI서울보증의 예상 시가총액은 2조7580억~3조6168억원이었지만 기업 가치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여기에 보증보험 시장을 민간에 개방할 경우 SGI서울보증의 보증보험 점유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어 영업력 부진 우려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현재 중금리대출 및 전세자금대출보증, 신원보증, 각종 이행보증 등은 SGI서울보증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보증보험 시장의 민간 개방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민간 보험사들은 SGI서울보증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 개방을 원하고 있습니다. 국내 보증보험 보증잔액은 2022년 기준으로 1830조원으로 추정되며 연평균 성장률도 7%가 넘습니다.
과거 2006년 손해보험사들은 '보증보험 다원화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는 보증보험 시장이 독과점으로 유지되면서 높은 보험료 등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을 찾는 보험사들 입장에서 보증보험 시장은 오랜 숙원"이라며 "일반 보험사들도 보증보험 업무를 하고 있지만 그 영역이 제한적이다 보니 당국의 결정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SGI서울보증이 상장을 위한 IPO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SGI서울보증 본사 사옥 전경. (사진=SGI서울보증)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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