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신태현 기자] 쪽방촌 거주자들의 고령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쪽방 거주자 10명 중 7명은 60대 이상인 걸로 조사됐는데, 이는 최근 10년 동안 23.5% 증가한 수치입니다. 쪽방에 유입돼 거주하는 평균 기간도 13년에 달했습니다. 거주기간이 15년 이상인 경우도 10명 중 4명 수준입니다. 쪽방 거주자들의 고령화로 인해 열악한 주거환경과 건강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뉴스토마토>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쪽방 거주자 연령대 조사에서 60대 이상 비중은 2014년 46.9%에서 2023년 70.4%로, 10년 사이 23.5% 급증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 2014년 서울 시내 쪽방 거주자 연령은 △20대 0.3% △30대 2.6% △40대 14.1% △50대 33.6% △60세 이상 46.9%였습니다. 그런데 2023년 조사에서는 △30대 이하 1.5% △40대 5.0% △50대 23.1% △60대 39.8% △70세 이상 30.6%로 조사됐습니다. 60대 이상 거주자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많고, 갈수록 그 비중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겁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실제 상당수의 쪽방 거주자들은 10년 넘게 쪽방에서 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울시가 쪽방 평균 거주기간을 조사해보니 △2014년 12.1년 △2015년 11.9년 △2016년 10.4년 △2017년 11.1년 △2018년 11.7년 △2019년 12.0년 △2020년 12.0년 △2021년 12.2년 △2022년 13.9년 △2023년 13.0년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주기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데다, 쪽방에 장기 거주하는 비중 역시 지난 10년간 10% 넘게 증가했습니다. 15년 이상 쪽방 거주 비중은 △2014년 23.1% △2015년 26.2% △2016년 24.2% △2017년 26.4% △2018년 28.3% △2019년 26.2% △2020년 28.1% △2021년 29.3% △2022년 35.7% △2023년 35.2%였습니다. 현재 10명 중 4명 정도는 쪽방촌에 15년 이상 거주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쪽방상담소에서 만난 한 활동가는 “전반적으로 거주세대가 고령화됐고, 현장에서 고독사 등으로 돌아가시는 경우도 많이 본다”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치를 고려하면 쪽방촌 고령화 문제는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자동 쪽방촌만 해도 지난 2021년 2월 공공주택 사업 발표 때 실태조사를 한 이후 올해 초 조사에서 많은 분이 돌아가셨다”며 “3년 사이에 8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진 6일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서 용산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쪽방촌의 경우 장기적으로 공공개발 등 근본적인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당장 쪽방촌에 사는 고령층을 위해 체계적으로 지역사회의 복지서비스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원호 책임연구원은 “주요 쪽방 밀집지역에 쪽방상담소가 있어 생활용품과 의료서비스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갈수록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쪽방촌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취약지구 복지관과 같은 기관을 설립하고 고령층에 대한 체계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안창현·신태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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