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 규모가 연초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규모 자체가 줄었고, 알뜰폰에서 통신3사로 이동하는 수치마저 늘어난 영향입니다. 알뜰폰 이동 둔화는 정부의 공시지원금 상향 압박에다 전환지원금 도입까지 겹치면서 시작됐는데요. 최근 통신3사의 저가요금제 확대와 MZ세대를 겨냥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결합 요금제 본격화로 회복세가 요원한 모습입니다.
통신3사 중심의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 시장 둔화는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알뜰폰 업계는 최근 수치를 경고등 삼아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 수 현황에 따르면 8월 알뜰폰은 통신3사로부터 2만6009명 가입자를 끌어오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 1월과 2월 알뜰폰의 순증 규모는 각각 8만1048건, 6만5245건을 기록했는데, 이 수치가 2만건 중반을 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겁니다.
가계 통신비 인하에 알뜰폰이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지원책이 뒤따랐던 지난 2022년, 그리고 0원 요금제가 활성화됐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감소세가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데요. 2022년 알뜰폰 전체 순증은 76만1860건, 지난해에는 80만896건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연초만 해도 알뜰폰 순증은 예년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알뜰폰 시장 둔화의 도화선이 된 건 공시지원금 상향과 전환지원금 도입입니다. 3월 중순 통신비 인하에 대한 정부 압박이 거세지면서 1월 출시됐던 갤럭시S24와 지난해 8월 갤럭시Z플립5의 공시지원금이 일제히 상향됐고, 번호이동 가입자에게는 전환지원금 정책이 시행됐습니다. 10만건 넘게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하던 수요가 7만건 대로 줄었고, 알뜰폰에서 통신3사로 이동하는 수치는 1만건 넘게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 지난 5월 알뜰폰 순증 수치는 1만4000여건으로 급감했습니다.
사실 마케팅비 축소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통신3사가 공시지원금과 전환지원금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합니다.
SK텔레콤(017670)은 2분기 마케팅비용을 전년 동기 대비 5.1% 줄였고,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도 각각 2.9%, 3.3% 축소했습니다. 실제로 최근까지 공시지원금의 드라마틱한 인상이나 전환지원금 확대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 기준 SK텔레콤 전환지원금은 총 15개 기종에 최소 5만~32만원 지급하고 있습니다. 3월과 유사한 수준으로, KT와 LG유플러스 상황도 비슷합니다. 공시지원금도 최신폰인 갤럭시Z 폴더블 시리즈에 대해 지난달 8일 인상이 진행된 이후 변동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하반기 알뜰폰 약세는 이어지고 있는데, 현재 주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통신3사가 힘 주고 있는 온라인요금제입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통신3사가 LTE 대비 저렴하게 5G 요금제를 확대하고 있지만, 알뜰폰 요금제는 LTE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소비자 수요에 맞는 경쟁력 있는 요금을 내기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통신사들의 요금인하와 OTT 프로모션 강화를 따라가기 또한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SK텔레콤은 업계 최초 2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놨고,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요고와 너겟으로 젊은층 수요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이벤트로 시작했던 너겟을 최근 정식 상품으로 개편하고 업계 최저 6GB·2만원대 요금제를 내놓으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젊은층 확보를 위해 OTT 결합 요금제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통신요금에 OTT를 합쳐 구독료 부담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KT는 요고 요금제 월 3만원부터 월 5만5000원까지 총 11종 요금제에 대해 티빙 광고형 스탠다드 OTT 혜택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월 6만9000원 요금제는 2개의 OTT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알뜰폰 판매점 간판. (사진=뉴스토마토)
시장에서는 알뜰폰이 위축되면 소비자 후생도 덩달아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이용자 후생 분석을 통한 알뜰폰 시장의 활성화 정책 방안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알뜰폰이 유발한 소비자 후생은 1조427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5년 뒤에는 18% 증가한 1조6239억원으로 예상했는데요. 통신3사가 5년간 1.8% 증가에 그치는 것에 비해 알뜰폰의 예상되는 후생효과는 월등한 상황입니다.
알뜰폰업계는 현재 수치를 경고등 삼아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의 요금 경쟁에 더해 알뜰폰 경쟁력까지 얹히는 것이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목표 달성에 일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입니다.
이들은 통신3사가 온라인 요금제로 요금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만큼 알뜰폰도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낼 수 있도록 도매대가에서 큰 폭의 할인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난해 도매대가 협상을 건너뛰었고 올해가 정부가 도매대가를 조정할 수 있는 마지막해인 만큼 정부주도 협상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이들은 통화·데이터가 기본 제공되는 LTE·5G 정액형 요금제가 보편화된 현 시점에서는 정액형 도매대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요. 기본료·통화료 형태인 종량제 도매대가는 매년 20% 인하를 거듭했지만, 정액형 도매대가는 인하되지 않거나 일부 요금제에 한해 1~2% 인하하는 데 그쳤습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통신3사와 경쟁적으로 요금제를 내놓기 위해서는 종량제뿐 아니라 정액형 도매대가 인하가 큰 폭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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