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진 '중국 역할론'…'G2'부터 '한반도'까지 흔든다
'반중국' 트럼프 외교·안보 라인…시진핑도 '레드라인' 압박
2024-11-18 16:21:57 2024-11-18 16:21:57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등장에 따라 '중국 역할론'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중국 압박'을 최대 외교·안보 정책으로 내세운 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응에 따른 전 세계 파장이 불가피한데요. 특히 미·중 무역전쟁을 포함해 대북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북·러 밀월 등에서 시진핑 주석의 존재감이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이른바 '트럼프 대 시진핑'으로 상징되는 주요 2개국(G2)인 미·중 신냉전 경쟁 시대의 막이 오를 전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대 시진핑'…G2 무역전쟁 불가피
 
18일 트럼프 집권 2기 외교·안보 라인을 종합하면 '충성파'와 함께 '대중국 강경파'로 정리됩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외교·안보 라인 '투톱'인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에 강력한 반중국 인사를 인선했습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내정자는 코로나19 기원을 밝히기 위해 중국 우한을 조사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고,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도 하원에서 대중국 태스크포스(TF)로 활동할 뿐 아니라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했습니다. 
 
시진핑 주석 역시 이에 대응한 듯 지난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2기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 냈습니다.
 
그간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당사자들의 정치적 해결'에 방점을 찍어왔습니다. 앞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은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충돌과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 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강경한 대중 정책을 예고하고 있는 트럼프 2기에 대한 경고인 셈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를 10~20%포인트 적용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60%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는데요. G2가 맞설 보호무역주의도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시 주석은 APEC 마지막 세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협력을 위한 노력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부상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하며 "무역, 투자, 기술, 서비스의 흐름을 가로막는 높은 장벽을 허물고 안정적이고 원활한 산업 공급망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며 "온갖 구실로 상호 의존성을 깨려는 시도는 역행에 불과하다"고 트럼프 당선인을 직격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넘지 말아야 할 4가지 레드라인(한계선)을 설정했는데요. 레드라인은 △대만 문제 △민주주의와 인권 △방향성과 제도 △발전권 등으로 중국에 적개심을 드러낸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결 구도를 예고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페루 리마 한 호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진핑 '대북 파급력'…방한이 관건
 
내년 1월 20일 트럼프 2기가 등장하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시 주석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할 전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수천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에 배치된 것은 유럽과 인도·태평양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며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위험한 확대행위"라며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는 95.7%로, 여전히 중국의 개입에 따른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윤 대통령도 거듭해서 중국에 '건설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건데요. 
 
한·미가 북한의 대남 도발과 7차 핵실험 방지를 위한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강조했지만, 시 주석은 방법론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여전히 대북 압박을 이유로 한 미국의 군사력 배치를 반대하며, 북한의 '전략적 완충지대' 성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술을 전수받고,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면 한반도 정세 불안감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국의 무비자 입국 허용 등 한·중 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는데요. 경제 협력 활성화 등에 대해 한국과 입장을 같이 하면서도 안보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북·러 협력에 대해 중국이 불편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중국 압박을 예고하고 있는 미국과 동조하고 있는 한·일과 같은 행보를 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집권 이후 보호무역주의와 한반도 정세에 있어 미·중 사이의 선택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내년 가을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이 '차기 의장국' 자격 방한 여부와 트럼프 2기에 따른 '미·중 갈등'의 여파가 한반도 정세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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