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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화솔루션(009830)이 영업적자를 지속하며 재무 부담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업황 악화 속에서 유동부채와 단기차입금이 조 단위로 급증하면서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사는 차입부담 완화를 위해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단기간 내에 재무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한화솔루션)
3년째 매출 하락세…적자 누적에 재무부담 ‘가중’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한화솔루션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77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하며 2022년 이후 3년째 매출 하락세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810억원, 당기순손실은 3876억원으로 모두 적자 전환했다.
한화솔루션의 주력 사업인 기초소재 부문에서의 원가 부담이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에틸렌, 프로필렌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1% 상승했으나, 폴리염화비닐(PVC)과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등 제품 가격은 각각 33%, 10% 하락하며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한화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 부문 매출도 3분기 4조23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연간 매출 11조원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크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미국 동남아산 태양광 제품 관세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간 안에 하락폭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한화솔루션의 3분기 재고자산은 4조349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약 9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경쟁사인
롯데케미칼(011170)과
LG화학(051910)의 재고자산 증가는 같은 기간 각각 570억원, 1000억원에 불과한 상태로 한화솔루션의 재고자산 증가 폭이 타사 대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악화와 적자 누적에 따라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3분기 기준 한화솔루션의 유동부채는 10조3914억원으로, 지난해 말(7조6888억원) 대비 3조원 가량 증가했다. 유동부채 중에서도 만기가 임박한 단기차입금이 5조3602억원에 달하는 반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및 현금성자산은 2조319억원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회사의 자금조달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90.5%로 적정기준(100%이상)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현금흐름을 봐도 3분기 5조8875억원 빚을 내 2조5499억원 갚는 등 부채 감소폭보다 증가폭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이 3분기에 지급한 이자비용만 44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차입부담 해소 위해 사업 매각…대규모 투자는 ‘지속’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화솔루션은 사업 매각을 단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소차용 고압탱크를 생산하는 세종 COPV 사업장을 매각하며 약 456억원의 매각가를 확보했다.
화학 부문에서는 대규모 증설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내년까지 가성소다 27만톤 증설을 포함한 CA(염소 및 가성소다) 공장에 약 4300억원을 투자 중이며, PVC 원료인 EDC(염화에틸렌)도 28만톤을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EVA(에틸비닐아세테이트) 증설 투자 역시 진행 중으로, 태양광 모듈용 시트 생산량을 연간 30만톤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러한 투자는 향후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차입 부담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투자가 집행되다 보니 현금이 쪼그라든 상황이다. 다만 이번 분기에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한 것들이 반영이 되고 해서 차입부담을 어느정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알루미나, 전구체 등 산업재를 제련하는데 쓰이는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화학 업황이 둔화한 가운데 가성소다 가격이 상승하면서 연 85만톤의 가성소다를 제조하는 한화솔루션의 올 4분기 실적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ICIS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동북아시아에서 거래되는 가성소다 평균 단가는 톤당 475달러로, 한창 가성소다 수요가 많았던 2021년(톤당 700달러)보다는 약세지만 최근 들어 꾸준히 상승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소금물을 전기분해한 가성소다는 알루미나 제조뿐 아니라 반도체 세정과 섬유 불순물 제거, 펄프·제지 표백, 리튬·니켈 등 광물 제련, 전구체 제련 등에 두루 쓰인다. 최근 배터리 수요가 둔화했지만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며 가성소다 쓰임새도 늘어나는 추세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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