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철강 '빅2'(포스코·현대제철)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습니다. 글로벌 경기 불황 속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로 공장 문을 닫고 있는 데다가 노동조합의 파업 압박과 '트럼프 2기'의 관세 폭탄 우려까지 '삼중고'에 처한 모습입니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 노조는 오는 25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지난 11일에 이어 이날 임금협상에 대한 포스코 노사 간 조정회의를 벌였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포스코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 겁니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 6일까지 11차에 걸쳐 임금협상 회의를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노조는 기본급 8.3% 인상과 격려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는 기본급 8만원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 지급 등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이 과반을 넘기면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후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포스코에 창립이후 첫 파업이 될 전망입니다.
이 경우 감산을 결정한 포스코의 불안정이 커질 전망입니다. 앞서 포스코는 올해 포항제철소 내 공장 2개를 폐쇄 결정했습니다.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현상에 중국 저가 철강재 공세를 버티지 못한 겁니다. 포스코는 지난 19일 1선재공장을 문을 닫았으며 지난 7월에는 1제강공장을 '셧다운'했습니다.
포스코노조. (사진=연합뉴스)
현대제철도 철강시황 침체와 중국산 저가제품 공세에 따라 경북 포항 2공장 가동 중단을 추진 중입니다. 사측은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포항 2공장 폐쇄를 결정할 예정이나 노측은 이를 당장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현대제철 노조)는 회사의 포항 2공장 폐쇄 추진에 총파업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반발 중입니다.
이동기 현대제철 노조 지회장은 "회사 측의 폐쇄 통보에 맞서 포항1공장 노동자와 자회사인 현대IMC 노동자와 함께 상경 투쟁을 하고 총파업 투쟁도 벌이겠다"고 경기횄습니다. 이어 현대제철 노조와 자회사 현대IMC 노조 조합원 약 300명은 지난 20일 현대제철 판교 본사 앞에서 포항 2공장 폐쇄 취소를 위한 집회를 열었습니다.
아울러 현대제철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노사 상견례 이후 12차 교섭까지 진행됐지만 진전은 없습니다. 노조는 올해 기본금 15만9800원 인상과 차량 지원금 할인 개선 등을 담은 요구안을 제출했지만 회사는 아직 노조에 제시안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노조는 이미 파업권까지 확보해 둔 상황입니다.
이뿐 아니라 양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할 우려도 받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트럼프 2기 정부가 고율의 관세 부과나 현재 주요국에 부과된 쿼터(수출 할당량)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 제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이 심화된다면 중국의 저가 철강재들이 현재보다 주변 국들에 더 많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까지 현재 철강 수출 1위 지역이 동남아시아인데 (미국의 중국견제 심화가 나타날 경우) 중국이 값싼 물량을 동남아 시장에 밀어내 우리 업체의 수출 여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대제철 노조가 지난 15일 포항1공장 정문에서 포항2공장 폐쇄 방침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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