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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7일 15:4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상장 직후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상장 후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주가 상승의 동력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치인 30개 기업이 기술특례 유형으로 코스닥에 상장했으나, 대부분 여전히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기술심사 기준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우회하려는 상장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IB토마토>는 기술특례 상장 제도의 허점을 짚어보고, 향후 개선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 대부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상장 이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기술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불황 지속과 시작 개화 속도 등 업황에 따라 실적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93%가 공모가 하회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1월26일까지 집계한 결과 코스닥 신규 상장사 90곳 중 32.22%에 달하는 29개 기업이 기술 특례상장 유형으로 상장했다. 그런데 이 중 두 곳을 제외하고, 27개 기업 주가가 현재 공모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기술특례 유형으로 상장한 기업 중
엔젤로보틱스(455900)와
쓰리빌리언(394800)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1년도 안 돼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지난 3월26일 코스닥 상장한 엔젤로보틱스는 공모가 2만원을 기록한 후로 8개월이 지난 11월26일 종가는 2만4300원으로 21.5% 상승했다.
엔젤렉스 (사진=엔젤로보틱스)
상장 1년 지나도 여전히 적자 기업 많아
이처럼 공모가에 비해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이유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술특례제도는 우수한 기술력을 갖췄으나, 재무 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기업에게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2005년에 기술특례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 3년간 상장 건수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28개에서 2022년 27개로 소폭 줄었다가 지난해에 다시 30개로 늘었다.
다만, 일반 상장과 달리 기술특례상장은 자기자본 10억원, 시가총액 90억원만 충족해도 된다. 물론 전문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A 혹은 BBB 이상 등급을 받아야 하지만, 기술의 우수성이 반드시 실적 호조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혼성신호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아이언디바이스의 경우 매출은 지난해 3분기 44억원에서 올해 3분기 69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24억원에서 31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방사성 치료제(RPT) 개발기업 셀비온도 매출은 10억원에서 17억원으로 확대된 반면, 영업손실은 37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어났다. 둘 다 연구개발(R&D) 비용이 늘면서 매출에 비해 손실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현상은 상장한 지 1년이 지난 기업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술 자체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에 따른 업황 악화 등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투나노(424980)는 반도체용 프로브카드 및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 전문 회사다. 상장에 앞서 이크레더블과 SCI평가정보 등 기술성 평가 기관 2곳에서 둘 다 A등급을 받았다. 이에 지난해 4월2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에 휩쓸려 크게 부침을 겪고 있다.
매출은 2022년 414억원에서 지난해 94억원으로 급감했다. 상장 후 2023년 매출 예상치는 401억원이었는데 4분의1가량으로 축소된 것이다. 영업손실도 지난해 상반기 5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4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도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지속한 만큼,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버넥트(438700)는 지난해 7월2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자체 개발한 컴퓨터 비전 기반 증강현실 기술 기업이다. 역시 자체 개발한 산업용 확장현실(XR) 라이선스, 솔루션 등을 기반으로 NICE평가정보와 한국기술신용평가 등 기술성 평가기관에서 둘 다 A 등급을 받았지만, 적자 지속에 따른 주가 하락은 막을 수 없었다.
버넥트 상장 당시 주가는 1만6000원이었지만, 1년 3개월만인 지난 25일 종가는 287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매출 예상치는 89억원이었는데 정작 65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6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0억원으로 상승했다. 증강현실 시장이 아직 완전히 개화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기술 특례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기술이라는 무형자산의 미래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기술이 시장의 기대보다 다소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여기에 최근 경기 불황이 겹치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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