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합병 또는 우회상장시 비상장기업의 과대평가 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비상장 자회사 합병시 소액주주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은 30일 "합병대상 비상장기업의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을 도모하기 위해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이 합병하는 경우 비상장기업의 합병가액이 과대평가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비상장기업 과대평가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 자본환원율 합리화
금감원은 우선 자본환원율을 해당기업의 차입금 가중평균 이자율의 1.5배 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할인율 중에 높은 비율로 적용키로 했다.
수익가치 산정시 해당 비상장기업의 특성과 실제 자금조달비용이 반영되고 과대평가가 방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자본환원율은 비상장기업의 미래추정이익을 현재가치로 전환하기 위해 적용되는 할인율로 자본환원율이 낮으면 수익가치가 커지고 자본환원율이 높으면 수익가치는 작아진다.
현행세칙에 따르면 자본환원율은 4대 시중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 최저이율 평균의 1.5배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처럼 일률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해당기업의 특성과 자금조달비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최근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낮은 자본환원율로 인해 비상장기업의 가치가 과대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지난 2년간 합병사례를 살펴본 결과, 비상장기업의 수익가치가 자산가치보다 평균 5.2배 높게 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 유사회사 요건 완화·최근 거래가액 반영
또 상대가치 적용 활성화를 위해 유사회사의 요건이 완화된다.
현재는 유사회사 요건이 비상장회사와 자본금, 매출액, 재무비율 등이 유사하고 소속시장이 동일한 상장회사로 엄격하게 규정돼 있었으나 이를 한국거래소의 산업분류상 소분류 업종이 동일한 상장사로 완화한 것.
이는 그동안 비상장기업 합병가액 산정시 상대가치가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상대가치 산정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유사회사가 3사 미만일 경우는 상대가치를 산정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가치 산정시 최근 거래가액 반영근거도 마련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상장회사의 최근 1년 이내의 유상증자 발행가액 또는 전환사채(CB)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행사가액과 유사회사 비교가치를 평균해 상대가치를 산정키로 했다.
다만, 발행가액을 고의적으로 높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가액 등이 유사회사 비교가치보다 높은 경우는 제한된다.
금감원은 또 자산가치 산정시 최근 사업연도말 순자산액에 자기주식, 유상증자 외에도 회사분할, 감자 등의 자본거래도 가감할 수 있도록 했으며 K-GAAP외에 K-IFRS로 작성된 재무제표로도 합병가액 산정이 가능토록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익가치 산정시 회사의 특성과 자금조달비용이 반영되고 상대가치 적용이 활성화됨으로써 비상장법인에 대한 과대평가 유인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정안을 통해 상장기업의 소액투자자보호와 함께 합리적인 합병비율로 M&A시장 또는 우회상장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시행세칙 변경예고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6일부터 시행된다. 이후 최초로 제출되는 합병을 위한 증권신고서와 주요사항 보고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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