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막전막후'
3월 한·미 훈련 때부터 조짐…11월 문건 계기 움직임 본격화
2024-12-11 18:08:50 2024-12-11 18:08:50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 4일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유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촉발된 비상계엄 사태가 사전에 준비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자유의 방패(FS) 한·미 연합 훈련 때부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11월 말 비상계엄 사전모의 문건 작성을 계기로 본격적인 준비 움직임이 포착됐는데요. 이어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4일 새벽에서야 비상계엄 해제 선언이 이뤄졌습니다. 비상계엄 사전 준비 정황부터 계엄 해제까지, 이른바 '12·3 내란'의 막전막후를 정리했습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전 준비는 3월에 진행된 자유의 방패 연합 훈련 때부터 조짐이 보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평상시에 안 했던 계엄 예비 훈련을 진행한 탓입니다. 국정원 1차장 출신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군 정보수사기관인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3월 한·미 연합 훈련 기간에 '계엄 예비 훈련'을 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방첩사가 당시 훈련에서 계엄 시 어떤 부대를 어떻게 이동시키고, 합동수사본부로서 전체적인 판을 어떻게 관리할지 여부를 준비했다는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3월 계엄훈련·3사령관 '회동'…계엄 준비 정황 '의심'
 
같은 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 재직 때 서울 방어를 맡은 이진우 수방사령관, 특수부대를 맡은 곽종근 특전사령관,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3명의 군 핵심 사령관을 불러 식사한 것도 하나의 계엄 준비 정황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이번 계엄 선포 때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투입된 600여명의 병력은 전원이 수방사와 특전사 소속이었습니다.
 
여기에 방첩사가 지난 11월 작성한 계엄 문건도 확인됐는데요.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지시로 작성된 '계엄사-합수본부 운영 참고자료'엔 계엄 선포 절차와 계엄사령부의 구성·역할 등에 관한 법적 쟁점들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할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첫 번째 쟁점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주목되는 부분은 계엄사령관으로 합동참모본부 의장 대신 각 군 총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검토한 내용입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내란 사태 때 김명수 합참의장 대신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습니다.
 
방첩사 간부들 대기 명령…특전사에 '국회 장악' 지시
 
계엄 이틀 전인 12월1일부턴 계엄 준비가 급박하게 돌아갔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는데요.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1일부터 방첩사령부 간부들에게 북한 도발을 이유로 '대기 지시'를 내린 정황이 파악됐습니다. 같은 날 김용현 전 장관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소 3개, 민주당 당사 등 6곳에 대한 장악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또 계엄이 선포되기 하루 전날인 2일엔 특전사 행사가 있어 모든 여단장이 특수전사령부에 모였는데요. 이 자리에서 계엄 준비 지시가 내려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계엄 선포 당일인 3일 오후 4시에 박안수 총장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단둘이 회동했다는 사실도 나왔는데요. 박 총장은 계엄 선포 이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인사입니다. 박 총장은 김 전 장관과 면담은 현안 토의였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면담 이후 계룡대로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 머물면서 계엄 진행 논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김종대 전 의원에 따르면, 특전사 병력은 3일 오후 7시쯤부터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대기 목적에 대해선 부대원들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계엄선포 후 국회 출동 지시…군, 유리창 깨고 본청 진입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은 3일 오후 5시 전후입니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을 비상 소집했고, 오후 10시10분쯤 열린 국무회의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여러 국무위원들이 참석했습니다. 당시 국무회의에서 김용현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습니다.
 
한 총리를 비롯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과 계엄 요건 미비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일부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내가 책임지겠다"며 회의를 종료시킨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결국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건의를 받아들이고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대국민 담화에 나섰습니다. 오후 10시28분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10시31분쯤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국회 출동을 지시했고, 오후 10시53분 홍장원 국정원 제1차장에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며 정치권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체포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후 1시간이 지난 11월25분쯤 계엄사령관으로 박안수 총장을 임명했습니다. 이후 김용현 전 장관은 군 수뇌부를 합참으로 소집했고 이 자리에서 노란 봉투에 든 포고령 1호를 계엄사령관인 박 전 총장에게 전달했습니다.
 
이어 4일 새벽 0시7분쯤 계엄군이 국회 경내에 진입했습니다. 헬기를 타고 국회에 도착한 계엄군은 즉시 국회 본청으로 이동해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유리창을 깨고 본청에 진입한 계엄군은 곧장 본회의장으로 향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특전사령관에게 2번째 전화를 걸어 '문을 부수고 의원을 끌어내려라' '의원 150명이 안 되게 막아라' 등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여야 계엄 해제 결의안 처리…6시간의 '윤석열 내란'
 
하지만 새벽 1시쯤 국회 본회의장에선 여야 의원들 190명이 모여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처리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은 국회 의결로부터 약 3시간27분 지난 4일 오전 4시27분쯤 다시 대국민 담화에 나서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4시30분에 국무회의를 열고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된 겁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1시간가량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 이유에 대해 "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탄핵 위기 내몰린 윤석열
 
윤 대통령은 계엄 사태에 대한 후폭풍으로 지난 5일 돌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면직을 재가했습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총장의 사의를 반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수사처 등 수사기관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내란죄 혐의로 김용현 전 장관은 구속됐는데요. 윤 대통령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뒤 곧바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첫 출국금지 명령입니다. 현재는 긴급체포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습니다.
 
국회에선 탄핵 위기까지 내몰린 상황입니다 지난 7일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거 불참으로 폐기됐는데요. 오는 14일엔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있습니다. 2차 표결에선 탄핵 방어를 위한 당의 퇴진 로드맵을 윤 대통령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표결에서 가결이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박주용·유지웅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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