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으로 착륙하는 이스타항공 항공기.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코로나19 당시 이스타항공으로부터 재고용 약속(계약)을 받고 해고됐던 수습부기장들이 회사가 신규채용을 진행한다며 반발했습니다. 사측은 신규채용 사실을 부인하며 재고용 방침도 거듭 밝혔지만, 수습부기장들은 기한 없는 약속만 기다리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형편입니다.
수습부기장들은 20일 "회사가 신규 공채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돼 노조와 함께 항의했지만 그동안 어떤 답변도 없었다"며 "회사가 재고용자를 배제하고 신규 공채를 준비한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습부기장들은 신규채용설 관련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과 논의해 지난달 22일 사측에 입장을 묻는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날 뉴스토마토 취재에 사측은 "신규 공채는 내부적으로 진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항공기 도입에 맞춰 순차적으로 재고용할 예정"이라며 전과 같은 방침을 재차 밝혔습니다.
구조조정 당시 해고자 전원이 발급받은 우선고용안내서. 사진=제보자측
이스타항공은 2019년 80명의 수습부기장들을 채용 후 훈련도중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권고사직시켰습니다. 수습부기장들은 10년이라는 장기간의 채용준비, 개별 수억원이 드는 교육비, 1~7차 채용과정을 거쳐 어렵게 합격했지만 사측 처지를 받아들였습니다. 대신 해고자 전원은 '우선고용안내서'를 발급받아 재고용을 약속받았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타 항공사 이직이 어려워 수습부기장들은 배달, 택배 등 임시직으로 불안정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이스타항공은 2022년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4월 말 복구를 마치고, 2023년 3월7일 재운항을 시작했습니다. 같은 달 14일 이스타항공 재운항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조중석 당시 이스타항공 대표는 "직원들 복직여부에 대해서 회사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기에 당연히 재고용이 이뤄져야 한다. 신규 채용은 재고용 인력이 부족해 이뤄지는 것이므로 재고용을 우선적으로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후 이스타항공은 올해 5월 재취업 의사를 밝힌 64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32명만 재고용했습니다. 당시 뉴스토마토 취재에 "(남은 32명도)기재 도입 계획에 맞춰 순차적으로 채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재고용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제주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코로나 때 선발됐던 수습부기장들을 조건 없이 전원 재고용한 것과 비교된다"는 게 수습부기장들의 주장입니다.
이들은 "만약 공개채용으로 기존 수습부기장을 우선 고용하지 않는다면 계약의무 위반"이라며 "재고용 약속만 믿고 지난 4년 이상 힘들게 버텨온 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토로했습니다. 다만, 사측은 2022년 기업회생절차 후 대표가 바뀌어 2020년 당시 재고용 약속은 도의적 책임만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항공 전문 변호사는 "우선고용안내서는 회사직인이 찍힌 법인 계약으로 현재 이스타항공이 고용 의무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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