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국 게임업계는 2024년에도 긴 겨울을 맞으며 신작 출시를 통한 반등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다만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기도 했는데요. 계도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게이머 수십만 명이 게임 사전검열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 주요 유권자 집단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김정기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온라인 게임 서비스 업체인 ㈜넥슨코리아가 온라인 PC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 파이터' 내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알리지 않고 거짓으로 알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넥슨 '메이플' 기만에 혼쭐
올해는 3N(넥슨·엔씨·넷마블) 가운데 하나인 넥슨의 위기로 시작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월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큐브' 등에 대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며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했습니다. 넥슨이 2011년 8월4일~2021년3월4일 인기 아이템 중복 옵션 조합이 출현하지 않게 만들고 알리지 않는 등 의도적·적극적 기만행위를 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후 넥슨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메이플스토리 게임 전체 이용자에 대한 보상계획' 권고를 받아들였습니다. 2019년 3월1일부터 2021년 3월5일까지 메이플스토리 레드·블랙큐브를 사용한 게이머 80만 명에게 역대 최대 규모인 219억원을 보상하기로 한 겁니다. 11월에는 대법원에서 메이플 아이템 확률 변경 미공지에 따른 환불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뒤, 신뢰 회복 노력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3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접수된 아이템 환불 소송 등이 남아있어, 메이플 사태의 여파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 사건 첫 재판은 1월15일에 열립니다.
송가람 엔씨소프트 '우주정복' 지회장(사진 가운데)과 조합원들이 11월28일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장 앞에서 고용 안정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게임 기자단)
엔씨 '창의·절박·도전' 새출발
엔씨소프트(036570)는 연이은 신작 발표에도 '리니지 이후'를 보장할 IP를 확보하지 못한 채 3분기 영업손실 14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엔씨는 거듭된 실적 악화에 분사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최근 노조의 반대 속에 독립 스튜디오 △퍼스트스파크 게임즈 △빅파이어 게임즈 △루디우스 게임즈를 분사하고 창의성과 절박함, 도전정신을 갖고 신작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게임 개발에 대한 주요 결정은 본사의 신작 평가 위원회가 한다고 밝혀, 분사 법인이 독립 스튜디오가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분사 법인은 2월1일 출범합니다.
펄어비스 '붉은사막' 실행 화면. (이미지=펄어비스)
펄어비스·네오위즈 '세계정복' 나서
'검은사막' PC판 10주년을 맞은
펄어비스(263750)도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신작 개발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펄어비스는 3분기 92억원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콘솔·PC 패키지 게임으로 제작중인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을 내년 4분기에 출시해 반등에 나설 계획입니다.
붉은사막 출시일은 시장의 기대와 다르지만, 언어별 캐릭터 입모양 구현 등 세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펄어비스 측 설명입니다.
지난해 잔혹 동화 'P의 거짓'으로 패키지 게임 역량을 증명한
네오위즈(095660)는 DLC(추가 콘텐츠) 준비에 한창입니다. 증권가에선 P의 거짓 누적 판매량을 200만장으로 추정하는데요. 네오위즈는 P의 거짓 후속작으로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를 다루며 잔혹 동화 세계관을 넓혀갈 예정입니다.
네오위즈는 폴란드 개발사 '자카자네'와 배급 계약을 맺고 800만 달러도 투자해 콘솔 판권을 확보하는 등 패키지 게임 시장 안착에 공들이고 있습니다.
김성회(가운데) 씨와 이철우 변호사가 10월8일 헌법소원 청구서를 헌재 관계자에게 제출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게임만 차별 규제" 헌법소원
2024년은 계도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게이머가 불합리한 차별을 멈추라며 목소리를 낸 해이기도 합니다.
게이머 21만700여명은 지난 10월8일 헌법재판소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의 위헌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청구인 규모는 헌정 사상 최대입니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위헌확인 청구인 9만5988명의 두 배가 넘습니다.
게임산업법 제32조 2항 3호는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의 제작 또는 반입을 금지하는데요.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합니다.
청구인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해당 조항을 근거로 게임물 유통 여부를 자의로 막아 △게임 배급 업자의 자기검열에 의한 직업 수행의 자유 침해 △게임 창작자와 이용자에 대한 평등권 침해 △문화국가원리에서 파생된 문화향유권 제한 △일반적 행동 자유권과 행복 추구권 침해 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청구인은 헌재에 제출한 이유보충서에서 "심판대상 조항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는 자는 형사 처벌의 가능성은 물론 사실상의 사전 검열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게임 이용자 또한 게임을 향유할 수 없는 제한을 받게 되거나 게임물을 취득한 경로에 따라 '반입'하는 것으로 해석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우려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창작물의 특정 표현을 금지하고 그 제작·반입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상 영화·영상물이나 '만화진흥법'에 의한 만화는 물론, 소설·음악 등 다른 문화예술 콘텐츠에는 존재하지 않는, 오로지 게임산업법에만 존재하는 검열과 규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주요 유권자 집단으로 성장한 게이머들 요청을 헌재가 인용할지, 위헌심판 청구 결과가 정치권의 게임 관련 입법 등에 영향을 줄지 관심을 모읍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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