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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4일 16:3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철강산업에 또 다른 난관이 찾아왔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를 명분으로 더 강력한 중국산 철강 때리기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이 한층 더 어려워진다면 갈 곳 잃은 철강제품이 한국으로 밀려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국가들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며, 주요 철강 수입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철강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 이후 급변할 국제 무역 질서 속에서 한국 철강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점검하고, 그 속에서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을 탐구해 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2기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강관 업계의 사업 다각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기존 관세에 보편 관세 10% 추가 부과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1기 트럼프 행정부 이후 강화되는 추세로, 국내 강관 업계는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문제를 해결하려는 준비를 해왔다. 다만, 이번에는 관세 외에도 수출 할당량(쿼터) 축소 등 향후 강관 업계를 둘러싼 통상 환경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급변하는 대미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강구할 필요성도 커졌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세아제강)
보편 관세 가능성, 현지화로 대응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강관사들의 연간 대미 수출량은 100만톤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산 철강의 전체 대미 수출 쿼터(268만톤)의 37%에 달하는 규모다. 강관이 전체 대미 철강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보편 관세 정책 시행 시 강관 업계의 부담을 넘어 한국산 철강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대미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주요 강관사들은 보편 관세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아제강지주(003030) 산하 종속법인인 미국 생산 법인의 매출액은 2053억원이며 미국 현지 강관 판매 법인인 세아 스틸 아메리카의 매출은 1조4131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판매 법인은 국내에서 생산된
세아제강(306200) 강관도 함께 판매하기 때문에 미국 생산 법인보다 매출액이 높다. 세아제강은 국내에서 강관 생산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세아제강지주는 해외 강관 생산 법인 등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국내 주요 강관업체인
넥스틸(092790)과
휴스틸(005010)의 미국 매출도 비중이 높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넥스틸의 올해 3분기 수출 매출액은 3086억원으로 전체 매출액(4256억원)의 72.5%, 휴스틸의 수출 매출액은 3887억원으로 전체 매출액(5557억원)의 69.9%에 달한다. 또한 넥스틸 수출의 90%가량이 미국 등 북미 시장으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틸은 올해 3분기 미국 판매 법인의 매출액이 3158억원으로 전체 수출 매출의 81%를 차지했다.
주요 강관 업체들은 지난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관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공장을 추진해 왔다. 철강업계는 미국 현지 공장이 관세 회피 수단으로 유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세아제강지주는 이미 지난 2016년에 미국 현지 강관 공장을 인수한 후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넥스틸은 지난해 미국 공장을 완공한 상태로 알려져 있으며, 휴스틸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미국 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틸은 올해 3분기 유형자산 취득액 및 자본적 지출(CAPEX) 규모가 1082억원을 기록하는 등 미국 현지 생산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산 강관은 에너지용 강관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현지 생산을 통한 관세 회피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미국 현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면, 관세 부과 시 현지 생산량과 수출량을 조절해 관세 정책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화 한계 넘을 사업 다각화
국내 주요 강관사들은 미국 에너지용 강관 중심으로 매출이 구성되기 때문에 미국 시장의 영향이 크다. 올해 3분기 강관사들의 영업이익 급감은 미국 내 에너지용 강관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아제강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75억원)보다 57.9% 줄었다. 넥스틸의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57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306억원)의 절반 이하로 축소됐으며, 휴스틸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5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0%가량 감소했다.
아울러 2기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수익성 다변화의 필요성도 커진다. 미국 수출 중심의 매출 구조를 다변화할 경우 급변하는 통상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국내 강관사들은 신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세아제강은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세아제강은 영국에 세아윈드를 설립해 해상풍력용 강관 수주에 성공했으며, 내년 영국 현지 공장 완공 후 매출 발생이 예정된 상태다. 넥스틸도 현재 초대형 강관 등 이전에 생산하지 않았던 제품 생산, 해상풍력용 대형 구조물 강관 생산을 위한 투자에 총 2192억원을 투자 중이다. 올해들어 신재생 에너지의 전략 가격이 하락하며 수요가 늘어나는 등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은 갖춰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강관 업계의 현지화 전략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한 정책에 대해 유연한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향후 한-미 간 통상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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