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주말 동안 윤석열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지 않고 시간만 허비했습니다. 체포영장 기한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안일한 수사를 하는 겁니다. 공수처가 내란 수괴를 예우하고 있다는, '봐주기'라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실제로 오동운 공수처장은 1일 기자들과 만나 "윤씨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은 하되 예의는 지킬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공수처에겐 내란 수괴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 체포영장 집행 의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대환 부장검사 등 수사관들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 영장 집행에 실패한 뒤 관저에서 철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공수처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날 체포영장 재집행할 가능성에 대해 "바깥에 눈이 많이 왔다"며 "(오늘은) 크게 변화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이날엔 야간에라도 윤씨를 체포하러 나서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앞서 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지난 3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5시간 넘게 대통령 경호처와 대치한 끝에 윤씨 체포에 실패하고 철수했습니다. 공수처는 관저 내부에서 경호처와 군 부대 인력 200명이 인간벽을 쌓고 영장 집행을 저지한 탓에 안전 등을 우려해 영장 집행을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3일 관저에서 철수한 이후 4일과 5일(오후 5시 기준) 모두 영장 재집행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기한은 6일 밤 12시까지입니다. 공수처가 주말을 허비한 탓에 사실상 6일 하루 밖엔 시간이 없는 겁니다.
공수처가 윤씨를 체포할 시간을 허비한 건 이번만이 아닙니다. 공수처가 윤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건 지난해 12월31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영장 발부 당일과 새해 1일, 2일 등 총 3일을 허비하고 나흘째인 3일에야 집행에 들어간 겁니다.
공수처로선 윤씨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작전을 짜고, 경호처 등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앞서 오동운 처장이 기자들과 "예의는 지킬 것"이라고 말한 데서도 드러나듯 공수처의 행보는 윤씨에 대한 예우에 집착, 수사 의지가 약해졌다는 비판이 불가피합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씨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정문 앞 주변이 경찰 차벽으로 막혀있다.(사진=연합뉴스)
공수처 부장검사를 했던 한 변호사는 "영장은 강제력을 수반하는 것이다. 피의자 쪽은 영장 집행을 막을 수가 없는데, 피의자 쪽이 막고 있다는 건 영장을 집행하는 기관의 의지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예의를 차릴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체포영장 집행은 결단의 문제"라며 "(영장) 재집행 때 경호처와 대치하게 되면 또 안전 문제를 거론하며 철수할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현행범을 체포하는 것이 오히려 원칙인데, 안전상의 문제 등으로 '봐주기'로 가면 집행이 안 된다는 겁니다.
다른 공수처 검사 출신 변호사는 "구속영장은 체포영장과 다르게 심문 기일이 잡힐 것이다. 동시에 구인장이 발부되기 때문에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공수처에 강제로 구인될 수밖에 없다"며 "(지난 3일 공수처의 행보가)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공수처가 (칼을) 잡았으면 예의보다는 의지를 가져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은 "5일에도 체포영장 집행을 하지 않자 공수처를 항의 방문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체포하라'고 촉구했다"면서 "어떻게든 윤씨에 대한 영장을 집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정 안 되겠으면 경찰에게 책임과 권한을 넘겨서 (경찰) 인력을 더 동원하거나, 공수처가 결기 있게 대처하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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