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유통 풍향계)①"불확실성 장기화"…생존 전쟁 격화
국내외 악재 포진…시험대 오른 유통가
조기 대선 가능성…사업 계획 전면 재수정 불가피
트럼프 취임에 따른 환율 압박도 고통 가중 요소
2025-01-10 16:10:00 2025-01-10 16:21:07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한 유통업계가 2025년 을사년을 맞아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그간 유통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하고, 여기에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의 급부상까지 더해지는 등 전반적인 패러다임 변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는데요.
 
문제는 올해의 경우 예년 대비 유통가에 거시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만한 국내외 악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지난해 연말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정국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기 대선이 유력한 상황이고, '자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 건 도널드 트럼프 2기 체제가 본격화하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국내 유통 기업들의 힘겨운 시간도 더욱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권 교체 가능성…내수 의존도 높은 유통업계 촉각
 
먼저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은 유통 산업의 대표 변수라 할 수 있습니다. 유통업은 금융·화학·중공업·정보통신(IT) 등의 산업과 같이 정부 정책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지만, 대표적으로 인적 및 공급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 산업이다 보니 중장기적 측면에서 거시경제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경향을 보입니다.
 
때문에 유통가에 있어 정권 교체는 사실상 악재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유통 기업들 입장에서는 바뀌는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고, 특히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다면 연중에 사업 계획의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한 까닭입니다.
 
교체된 정권에서 유통 산업에 유리한 정책들이 대거 쏟아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정책의 유불리를 파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오히려 소상공인 활성화를 이유로 규제가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수년간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유통업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와중에 이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 요소가 더해졌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입니다. 비록 지난달 빠른 시일 내 탄핵은 가결됐지만, 아직도 이에 따른 혼란 수습 및 사태 정상화에 상당한 시일이 소모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여기에 헌법재판소 결정은 물론, 조기 대선일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최소 이 시기 동안 유통업의 침체 장기화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8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 정국 시기를 살펴보면 이 기간 소비 심리 지표 위축이 두드러집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슈가 이어진 약 6개월 동안 100을 밑돌다 2017년 3월 탄핵 인용 선고 이후 다음 달인 4월이 돼서야 101.8로 100선을 회복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해 5월에 취임한 점을 감안하면 소비 심리가 취임 직전 회복된 것이죠.
 
트럼프 관세 폭탄 예고…원화 약세 심화 우려
 
유통 산업은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먹거리, 생필품 등의 품목을 주력으로 다루는 만큼 물가 흐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요. 이달 20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은 국내 물가 불안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소비재를 주력으로 다루는 기업들의 압박 역시 한층 가중되고, 유통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분석인데요.
 
우선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폭탄 예고가 문제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을 대상으로도 10%의 보편 관세를 물리겠다고 주장해 왔는데요.
 
특히 트럼프가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을 대상으로 고관세 보복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작년 대미 무역수지가 557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는데요. 이에 따른 미국의 통상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 같은 관세 폭탄은 각국의 통화 가치 하락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보호 무역을 주장하는 미국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고, 이로 인한 원화 약세 현상도 심화할 우려가 있는데요.
 
문제는 이미 원·달러 환율의 불안정성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불과 작년 9월만 해도 달러당 1300원대 초반 수준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11월 트럼프의 당선으로 1400원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지난달 불법 계엄 및 탄핵 이슈까지 더해지며 환율은 널뛰기를 반복, 지난달 말 1486.7원까지 고점을 찍는 등 1500원대 턱밑까지 치솟은 상황인데요.
 
이 같은 환율 폭등은 수입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재료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지니고 있어, 고환율이 고착화하면 이들 원재료를 필요로 하는 먹거리, 공산품 등 연쇄 가격 상승이 불가피합니다.
 
유통 기업들의 고통도 그만큼 가중되는 셈인데요. 게다가 원화 가치 하락은 원재료 수입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해상 운송 운임 비용 등의 상방 압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식품, 화장품 등 수출을 주력으로 삼는 기업들의 경우 전반적인 전략을 재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국 불안정 지속, 트럼프 취임 등 올해 유통 산업에 있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이들 리스크가 기정사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업계가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가운데 올해는 너무 과감하거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강행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져나가며 상황에 맞게 유연한 성장 전략을 세우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상점에서 종업원이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