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실손 '화해계약' 부지급 수단 악용
보험금 못받을까 두려워 가입자 상당수 부지급 동의
2025-01-20 14:20:26 2025-01-20 14:20:26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사들이 실손 화해계약을 보험금 부지급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화해계약은 보험사와 보험 계약자 간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견해 차이가 클 때, 적정선에서 조정을 하기로 맺는 계약인데요.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경우 화해계약의 적정성 여부를 따지기가 쉽지 않은 만큼 권리 보호가 절실합니다. 
  
실손보험 1세대 가입자인 A씨는 지난해 자기공명영상진단(MRI)을 통해 어깨 근육이 찢어진 회전근개파열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재활을 위해 비급여 재활물리치료인 도수치료를 22회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보험사가 금감원 분쟁조정결정서 예시를 근거로 도수 적정성을 확인해야 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미뤘습니다. 또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결정서와 판례를 근거로 10회 이상의 도수치료는 치료 효과보다는 예방차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에게 화해계약서를 제시했습니다. 보험금 지급여부와 관련해 A씨와 보험사 간 견해 차이가 있어 의료자문과 객관적 검사 시행 등 추가 확인절차가 필요하지만, 그 과정을 생략하고 화해계약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보험사로부터 화해계약서를 받은 A씨는 사실상 앞으로 도수치료에 대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화해계약서에는 도수치료를 포함해 체외충격파, 신장분사치료, 증식치료를 합산해 8회까지만 지급에 동의하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향후 다른 질병과 상해를 불문하고 '객관적·의학적' 근거 없이 반복적으로 위 치료를 시행하면 실손보험금은 부지급되며, 제3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 자문 등 의료감정 후 치료 적정성을 확인해야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A씨는 "이미 진행한 도수치료 비용은 보험사가 제시한 횟수를 넘겼으니 400만원 정도를 못 받고, 향후 받을지 안 받을지도 모르는 치료에 대해서도 부지급 동의를 하라고 했다"며 "상급병원은 보험사가 지정할 텐데, 보험금 일부라도 빨리 받으려면 화해 계약서를 맺어야 할 것 같은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보험사와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화해 계약서를 체결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생깁니다. 환갑이 넘어 백내장 수술을 받았던 B씨도 결국 보험사로부터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보험사가 상급병원에서 치료 적정성을 판단하겠다는 화해 계약서를 체결했다가 부지급이 난 사례입니다.
 
B씨는 "백내장 진단을 받고 수술했는데 치료 적정성이 판단되지 않는다는 건 보험사가 보험사 편을 들어주는 병원에 자문했기 때문이 아니냐"라며 "화해 계약을 체결하면 보험금을 빨리 받을 줄 알았는데 제대로 된 설명을 못 듣고 섣불리 서명했단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분을 표출했습니다. 
 
이러한 사례가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은 보험금 부지급률이 높은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수시 검사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앞서 보험사가 보험금 삭감 수단으로 화해 계약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화해 계약 대상 선정 요건을 명확하게 정하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했지만, 고령자들은 화해 계약 내용조차도 문턱이 높다는 반응입니다.
 
화해 계약서를 두고 보험사와 어떻게 조율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C씨는 "화해 계약서에 쉽게 동의하면 안된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전문가인 보험사와 화해 내용을 조율하는게 쉽지 않고 시간만 흐른다"고 말했습니다. 
  
고령자가 많은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는 화해 계약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의 한 병원에서 어르신이 휠체어를 탄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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