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열린 <연중기획 다시 민주주의>강연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박주용·차철우 기자·이선재 인턴 기자] 이종찬 광복회장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지금 당장 개헌하라"고 여야 정치권에 촉구했습니다. 특히 이 회장은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넘어가면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돼도 비극이 반복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열린 '연중 기획 다시 민주주의' 강연에서 '개헌의 시급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는 "정치 원로들은 (이미 개헌에) 공감했다"며 "개헌하면 힘 있는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연중 기획 '다시 민주주의'는 <뉴스토마토>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씨의 지난해 12·3 친위 쿠데타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기획했습니다. 첫 강연자로 한국 정치의 산증인 이 회장이 나섰습니다.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 회장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군인으로 복무했는데요. 제대 이후에는 정치권에 뛰어들었고, 4선(11~14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한 '큰 어른'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제23대 광복회장으로서 선조들의 '독립 정신'을 후세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기획위원과 이원재 경제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이 회장은 반동과 퇴행을 거듭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87년 체제 극복을 위한 개헌을 화두로 던졌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열린 <연중기획 다시 민주주의>강연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양'이 '늑대'가 되는 87년 체제"
이 회장은 역대 많은 대통령이 불행해졌기 때문에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제도가 잘못됐다"며 "헌법이 87년도에 만들어졌는데 허점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헌법 내에 있는 여러 문제를 손대지 않고 '직선제' 하나로 헌법이 통과됐다"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이 회장은 "이게 비극의 시초"라며 "87년 체제는 '양을 데려다 놔도 늑대가 되는 체제'이기 때문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은 여야 합의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개헌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국회에서 조속히 개헌을 주제로 논의에 돌입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 회장은 "여야가 합의만 하면 개헌은 석 달 이내에 가능하다"며 "(대선 등) 정치 일정도 크게 헝클어지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국회가 개헌의 '개'자도 꺼내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개헌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승자가 국회 의석을 독식하는 현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이 회장은 "지난 4·15 총선 당시 총 득표수를 따지면 국민의힘이 41%, 민주당이 48%를 얻었다"며 "승자독식이기 때문에 의석수에서 큰 차이가 났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현격히 차이가 나는 건 결국 제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과 '50년' 이어온 인연 끊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윤씨와 50년간 이어온 관계를 단절한 이유도 소개했습니다. 그는 "(윤씨는) 소년 시절부터 대단히 장래가 촉망되는 한 학생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런 일을 겪어보니 당혹스럽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그가 역대 대통령들의 (훌륭한 부분을) 따라가길 바랐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소위 이명박 대통령 시즌2 같았다"며 "굉장히 실망스러웠다"고 털어놨습니다.
특히 윤석열정부의 '뉴라이트 역사관' 기조는 명문 독립운동가 출신인 이 회장의 분노를 살 수밖에 없었던 사안입니다. 이 회장은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였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을 반대하는 의견을 윤씨에게 편지로 전했지만, 윤씨가 답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에게 '독립기념관장은 국민에게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며 "뭐에 단단히 씌웠구나 생각해 절연을 선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용산은 '뉴라이트 밭'이 됐다. 그게 오늘날 윤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든 씨앗"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뉴라이트는 전전 일본과 전후 일본을 혼동해서 이야기한다”며 "뉴라이트와 밀정은 비슷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뉴라이트 세력에 반기를 들자 윤석열정부는 광복회 예산을 줄여버렸는데요. 광복회는 현 상황을 극복하고자 기부금을 통해 단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12·3 내란 사태'를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는데요. 그는 "(김용현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진급을 못 해) 상관을 비방해온 사람"이라며 "이번 문제의 주범"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경호실장을 하면서 국방부 인사까지 독점했다"며 "과거 차지철 경호실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죽게 한 것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타박했습니다.
육사에서 석좌교수를 역임한 이 회장은 군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은 "(계엄 사태는) 육사 교육이 문제"라며 "(군은) 병들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군을 대대적으로 개혁하자. 육해공군 구분은 전쟁 수단에 의한 것이니 통합군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장군 수를 줄이고, 전통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열린 <연중기획 다시 민주주의>강연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주용·차철우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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