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싸고 규제 완화 대비를 서두르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행보가 대표적인데, 웨이브릿지, 파이어블록스와 협력해 비트코인 현물 ETF 개발에 나섰습니다. 현물 ETF가 아직 국내 시장에 도입되지 않았는데도 선제적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최근 가상자산 법인 계좌 허용이 가시화되는 등 국내에서 규제 완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기조는 결국 미국 흐름에 동조하는 식으로 흘러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3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웨이브릿지, 파이어블록스와 비트코인 현물 ETF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 현물 가격에 연동된 투자 상품으로,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도 비트코인 가격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금융 상품입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하면 ETF 운영사가 실제 비트코인을 사서 보관하고 투자자는 그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비트코인 ETF는 가상자산 시장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장점입니다. 현재 한국엔 도입되지 않았으나 미국, 홍콩, 캐나다 등 주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공동 연구 프로젝트에서 ETF의 지정참가회사(AP)와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담당하며, 웨이브릿지는 가상자산 시장 프라임 브로커로, 파이어블록스는 비트코인 수탁 기술 제공자로 참여합니다.
신한투자증권은 ETF 투자자가 증가할 경우 비트코인을 매수해 ETF를 새로 발행하며 중간에서 적절한 매수, 매도 주문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웨이브릿지는 투자 비서, 파이어블록스는 금고와 보안 전문가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시장에서 이같은 선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는 배경 중 하나로 가상자산 법인 계좌 허용 가시화가 지목됩니다. 법인계좌가 허용되면 ETF 운영사가 운용을 위해 기초자산인 가상자산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로선 국내에서 법인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연동되는 실명 계좌를 개설할 수 없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이전 위원회 때 논의가 된 부분이기 때문에 가급적 빠른 시간 내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가상자산위원회는 두 차례 회의를 열고 법인의 실명 계좌 단계적 도입 등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가상자산업계는 법 집행 기관과 학교 등 비영리 법인의 원화 실명 계좌가 먼저 개설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미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지난해 6월 법인 계좌를 개설하고 같은 해 연말 고액체납자의 가상자산을 추심했습니다.
이성엽 고려대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가 미국 정책에 상당히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ETF 문제 역시 미국이 추진하는 방식에 따라 규제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이 웨이브릿지, 파이어블록스와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본사 TP타워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POC 추진을 위한 MOU를 기념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투자증권)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