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왕좌’ 향한 조직개편…AI 드리븐 삼성vs풀스택 SK
엔비디아에 구글도 메모리 시장 가세
SK, HBM ‘수율·품질’ 전담 조직 꾸려
삼성, 메모리 개발 담당·AI팩토리 강화
2025-12-05 15:28:51 2025-12-05 16:06:17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내년 엔비디아향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납품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까지 부상하면서 기술 경쟁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됩니다. 
 
내년도 조직개편안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개발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 반면 SK하이닉스는 수율·품질 강화에 방점을 둔 모습입니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면서 HBM을 비롯해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AI 시대에 요구되는 제품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행보입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과 SK서린빌딩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도 조직개편을 통해 미주 지역에 HBM 전담 기술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엔비디아, 구글 등 핵심 고객들에 대해 신속히 기술을 지원하고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고객 맞춤형 대응과 신제품 초기 적용 시 발생하는 이슈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전진기지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HBM 패키징 수율, 품질 전담 조직도 별도로 구축했으며 수율과 품질 전문가인 권재순 담당과 eSSD 제품 개발을 주도한 김천성 담당은 M&T(Manufacturing & Technology) 담당, 솔루션 개발 담당으로 각각 승진했습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낸드, 솔루션 등 메모리 제품의 개발 역량을 결집한 ‘개발 총괄(CDO)’과 메모리 전·후공정 양산을 총괄하는 ‘양산총괄’을 신설했는데 올해는 개발부터 양산, 품질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HBM 특화 조직 체계를 완성하며 생산 효율성과 품질관리에 힘을 준 모습입니다.
 
단순 메모리 공급자에서 고객과 함께 AI 메모리를 창조하는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Full Stack AI Memory Creator)’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던 만큼 생태계 설계를 위한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특히 반도체·AI 중심의 전략 설루션을 제시할 ‘매크로 리서치 센터(MRC)’와 글로벌 생산경쟁력 강화를 전담할 ‘글로벌 인프라(Global Infra)’ 조직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안현 개발총괄 사장은 신설되는 ‘글로벌 AI 리서치 센터’를 맡아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반도체 대전에서 관람객이 HBM4를 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삼성전자는 AI 혁신을 이끄는 ‘AI 드리븐 컴퍼니’(AI Driven Company·선도회사)라는 비전 아래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내에 메모리 개발을 총괄하는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은 기존 D램 개발실, 낸드 플래시개발실, 솔루션개발실과 같이 실 단위로 운영되던 조직 인력과 기술을 아우르는 일종의 컨트롤타워로 지난해 신설했던 HBM 개발팀도 산하 설계팀 조직으로 재배치했습니다.
 
수장으로는 황상준 D램 개발실장(부사장)이 선임됐습니다. 황 부사장은 HBM, D램, 낸드 등 제품별로 분사돼 있던 인력과 기술을 융합하고 부서·제품 간 칸막이를 제거, 기술·공정을 공유해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제조 인프라 총괄 산하에는 ‘디지털 트윈센터’가 신설됐습니다. 디지털 트윈센터는 엔비디아와 함께 구축하겠다고 밝힌 반도체 AI 팩토리 전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밖에 반도체 핵심 선행 연구 조직인 SAIT는 ‘센터 체제’에서 ‘랩’ 단위로 이관해 연구 효율성을 높일 방침입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발전에 따라 엔비디아 GPU와 구글 TPU가 함께 성장하며 시장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HBM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공급 부족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과 출하량 증가의 수혜를 동시에 누릴 수 있을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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