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정년연장, 다가오는 ‘마지노선’…재계 딜레마
당정 3차상법·정년연장 연내 처리 방침
재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반대…“유예”
정년 연장 두고 노조는 조기 시행 ‘요구’
2025-12-08 14:33:10 2025-12-08 14:41:59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정부 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과 현행 만 60세인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의 연내 입법에 속도를 내면서 재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현안에 대해 재계가 강하게 우려를 표해 왔지만, 정부 여당의 처리 의지가 분명한 데다, 여대야소 국면 속에서 사실상 연내 통과 가능성이 높아 재계로서는 고민스러운 상황입니다.
 
서울 도심에 입주한 기업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8일 국회와 재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기업들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지 않고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방어 또는 승계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여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은 자사주를 취득할 때 1년 이내 소각을 해야 하고 처분 계획을 매년 주주총회에서 승인 받아야 합니다. 또 임직원 보상 등 일정 요건 목적의 경우에는 주총의 특별 결의 등 승인을 받아야만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존 보유 자사주에도 동일한 의무가 부과되지만 6개월의 추가 유예기간이 주어집니다.
 
재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과 함께 정부 여당의 입법 추진 의지에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결과 기업 62.5%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반대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재계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할 경우 사업 재편 등 다양한 경영전략에 따른 자기주식 활용 불가, 경영권 방어 약화, 자기주식 취득 요인이 감소해 오히려 주가 부양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문제점이 불거질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또한 1, 2차 상법 개정에 대한 기업 우려를 반영한 보완 입법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에만 3번째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관련 연내 입법 처리 시한이 다가오자, 기업들의 매각 러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차전지 기업 엘앤에프는 지난 21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분했고, 삼양식품도 지난달 1000억원가량의 자사주를 처분하는 등 입법 전 선제적으로 매각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자체를 전가의 보도로 생각하고 활용을 한 점에 대해서는 기업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연내 입법 처리는 너무 속도가 빨라 이 같은 강제화에 기업들의 부담이 큰 만큼,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뜨거운 감자인 정년 연장 이슈도 연내 입법 처리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최근 퇴직 후 재고용과 결합해 정년 연장을 8~12년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현행 60세인 정년을 2028년 또는 2029년부터 올리기 시작해서 늦어도 2039년 또는 2041년까지 65세로 늘리겠다는 목표입니다. 여기엔 65세가 되기 전 정년을 맞이하는 사람들에 대한 퇴직 후 1~2년간 재고용안이 함께 담겼습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안을 검토해 최종안 마련에 나서는 등 정년 연장 입법을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입니다.
 
경제단체는 법정 정년연장이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된다면 노동시장의 부작용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정년 연장에 따라 고령자의 근속기간이 늘어나 청년 취업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며 퇴직 후 재고용 방안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2033년부터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상향되는 만큼 도입 시점을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노사 간 반발이 첨예해 대타협을 전제로 한 연내 법제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이해 관계로 인해 정년 연장에 대한 속내가 복잡합니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국민연금 수급 등 큰 틀에서 정년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반대 의견만을 피력하기엔 부담감이 큰 까닭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정년 연장을 하면 청년 세대가 손해를 볼 수도 있긴 하겠지만, 정년 연장을 안 한다고 하더라도 청년 고용이 늘어날 경제 환경도 아니”라사용자 측에서는 고용 유연성이 없는 상황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모든 직원들이 정년 연장 이슈에 포함되기에 대놓고 반대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적인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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