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본격화한 가운데, 수협중앙회 본사 이전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부가 부산을 해양수도권으로 육성하면서 수협도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황인데요. 서울에서 '노량진 수산 클러스터' 개발을 추진해온 수협은 방향 전환 압박 속에 정책 갈등과 노조 반발까지 고조되는 상황입니다.
해수부 이전 특별법 통과에 정부·해운업 '부산행'
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이날 세종시를 떠나 부산으로의 이전 작업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해수부는 전날 오후 1시쯤 정부세종청사 5동 정문에서 첫 이삿짐 차량을 부산으로 출발시키면서 해수부 이전 절차가 공식 개시됐습니다. 계약직과 공무직을 포함한 약 800여명의 직원들이 순차적으로 부산으로 이동하며 연말에 임시 청사 개청식과 함께 '부산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해수부 이전은 단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동남권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립니다. 정부는 해운·물류 행정뿐만 아니라 사법·금융 기능을 부산에 집적해 ‘해양수도권’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해수부 이전이 공식화되자 민간기업들도 부산행을 택하고 있습니다. 국내 해운 기업 중 매출액 기준 7위와 10위 기업인 SK해운과 에이치라인(H-LINE)해운은 내년 상반기 중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부산 이전은 최근 해수부 이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7일 전체회의를 열어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했고, 지난달 2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습니다.
해당 법안은 이전 기관의 정착 지원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향후 공공기관 및 해양 관련 기업들의 부산행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집니다. 해운 기업들도 정책 접근성, 산업 집중 효과, 항만 인프라 활용 측면에서 부산 이전은 선택이 아닌 구조적 흐름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수협은 노량진 개발, 정부는 부산 이전 '동상이몽'
정치권을 중심으로 수협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정부 추진의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해양수산 정책 효율성 측면에서 본사 이전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여러 의원들이 수협 이전 필요성을 공론화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도 해양산업 기반이 집적된 부산으로의 이전을 압박하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수협중앙회 본사는 서울특별시 송파구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 클러스터 개발 계획과 함께 본사 노량진 이전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노량진 수산 복합 클러스터' 사업은 수협중앙회가 2023년 추진했다가 당시 부동산 시장 여건 악화로 중단했던 숙원 사업입니다.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인근 4만8226㎡(1만 4590평) 규모 유휴부지를 활용해 본사 이전과 함께 수산 관련 단체, 가공·유통 스타트업, 연구센터를 집적한 종합 해양 산업단지를 조성해 지역 대표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인근 63빌딩급 랜드마크 건설까지 검토할 정도로 사업 추진 의지가 강합니다. 이를 위해 수협중앙회와 동작구는 지난해 12월 노량진 수협부지 복합개발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해 공동 개발 의지를 다졌습니다. 노동진 회장은 지난 5월 해양수산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노량진을 미래 수산 혁신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며 노량진 본사 이전 계획을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최근엔 민간 공동개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자문 용역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간사업자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복합 클러스터를 건설하면서 대형 유통 기업을 참여시키는 방향의 구체적인 계획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치 주도 부산 이전 반대" 내부 반발 확산
수협중앙회 본사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내부 반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해수부 이전 특별법 통과와 국회의 수협법 개정 움직임으로 수협 본사의 부산 이전 가능성이 높아지자 노조를 중심으로 강한 반대 기류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앞서 서삼석 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은 지난 10월 말 수산업협동조합법(수협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 골자는 '수협 본사는 서울에 둔다'는 현행 규정을 삭제하고 정관에 따라 본사 소재지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금융노조 수협중앙회지부에서는 지난달 5일 성명을 통해 서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법안이 통과된다면 수협중앙회는 향후 정치권의 논리와 이해에 따라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조직으로 전략할 것"이라며 "수협법이 보장한 자율성 침해이자 노동자의 생존 기반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상위 기관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도 수협이 전국망을 갖추고 있는 만큼 본사가 서울에 있어도 수산업 지원 기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특정 지역만을 수산 중심지로 지정하는 것은 불필요한 갈등만 초래할 것이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무분별한 금융기관 지방이전이 금융 경쟁력 약화, 고객 불편, 업무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점에 대해 이미 민주당과 정책 협약을 통해 상호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반대 행보를 보인 부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김형선 금융노조위원장은 "이번 법안은 산업은행·기업은행 이전 논리의 복사판에 불과한 정치적 선동"이라며 "천문학적 이전 비용, 인력 유출, 조직 불안만 커질 것이기에 정치적 목적의 지방 이전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수협중앙회 본사. (사진=수협중앙회)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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