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10일 15: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올해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출 규모 2000억원을 넘어섰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중심으로 인한 실적 성장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현금 유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동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업체 측은 사업확대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과 대형 할인 행사를 늘리면서 재고를 확대,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박예진 기자)
실적 성장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는 올해 3분기 매출액 973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8196억원) 대비 18.71% 성장했다. 영업이익률도 588억원에서 706억원으로 20.01% 늘었다.
높은 금융비용 등으로 당기순이익은 227억원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 동기 56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장부상 순이익은 늘어난 구조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에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등 운전자금 변동과 감가상각비 등 비현금 비용을 반영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67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투자활동현금흐름과 재무활동현금흐름이 각각 644억원, 1030억원 유출되면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367억원이 줄었다. 이에 지난해 말 6824억원을 유지하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457억원을 기록해 반토막 이하로 줄었다. 여기에 유동금융자산도 같은 기간 298억원에서 99억원으로 3분의 1로 줄었다.
일반적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투자·재무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 성장기 신생 기업이나, 사업 확장으로 인해 수익성은 있지만 현금흐름 관리가 안 되는 기업 또는 재정난에 빠진 기업 등에서 주로 보이는 흐름이다. 무신사 측은 올해 3분기 무신사 스탠다드, 29CM 등의 오프라인 매장 신규 오픈과 함께 글로벌 첫 오프라인 매장인 중국 상해의 무신사 스탠다드 점포 등에 선제적으로 상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고자산을 늘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재고 확보에 평가손실 확대…장기채권도 2배 늘어 '경고등'
오프라인과 브랜드 사업을 확대하면서 무신사는 재고자산 증가 규모를 급격하게 늘었다. 재고자산은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1296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동기(791억원) 대비 500억원 가량 재고자산 규모가 증가한 셈이다. 앞서 무신사의 재고자산 증가량은 2022년 1456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3년 296억원, 2024년 365억원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재고자산평가손실도 올해 3분기 누적 6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2억원) 대비 약 30배가 늘었다. 재고자산평가충당금 환입도 48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재고자산의 장부가액이 순실현가능가치보다 높을 때 그 차이를 재무상태표에서 차감해 손실 가능성을 미리 반영하는 계정이다. 재고자산으로 인한 부담이 확대되면서 이로 인한 손실 규모도 확대된 셈이다.
이 가운데 매출채권과 기타 채권 부담도 확대됐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외상 판매대금으로, 기간 안에 받을 경우 정상매출로 처리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악성 채권화해 대금을 떼일 염려가 커진다. 이에 재고자산과 매출 채권의 증가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의 유입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장기매출채권이 늘어나 눈길을 끈다. 장기매출채권이란 기업에 대한 미수금 중 1년 또는 정상적인 영업 주기 내에 회수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금액을 일컫는다.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상 장기매출채권 및 기타채권은 1073억원으로 지난해 말(543억원) 대비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같은 운전자금 부담과 지속적인 투자로 인해 무신사의 현금성 자산이 감소하면서 유동성은 매년 약화되는 추세다. 올해 3분기 말 유동비율은 60.54% 기록하며 지난해 말 77.47% 대비 16.93%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이 100% 이하라는 점은 보유한 유동자산으로 유동부채를 갚지 못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무신사의 3분기 말 유동부채는 1조4000억원을 넘어선 데 반해 유동자산은 8864억원에 그쳤다. 유동금융자산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556억원에 그쳤다.
이 같은 현금흐름 약화는 상장 시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현금흐름은 실질적인 현금 유입을 나타내는 지표로, 현금흐름이 불안정하면 배당 지급과 미래 투자 여력은 줄어들고 재무구조는 악화되는 등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면 자본적지출(CAPEX)와 배당금 지급 이후에 남는 잉여현금흐름(FCF)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생산시설의 확장이나 신제품 개발, 기업인수 자금, 배당금의 지급과 채무변제 등에 사용할 여윳돈이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무신사측은 사업 확장을 목표로 재고자산 매입을 늘리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사업 확장과정에서 의도된 전략이며 재무적으로도 충분히 감내 가능한 범위라는 설명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영업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것은 플랫폼비즈니스 특성상 입점브랜드와의 정산과정에서 큰 폭의 운전자본 변동이 수반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계절성과 정산 시점의 영향으로 운전자본이 증감하는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에 대비해 충분한 순현금을 확보하여 정산과정에서 현금이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 전문 자회사 무신사 페이먼츠를 통해 브랜드 정산 대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매월 1회씩 정기적인 정산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3분기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입점 브랜드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대금 1000억원 이상을 선정산하면서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라고 덧붙였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