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 이사회가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로 최종 낙점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흔들린 조직 기강을 바로잡고, 잇단 해킹 사고로 훼손된 기업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전환 전략의 불확실성을 내부 중심에서 재정렬하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됩니다.
업계에서는 외부 인사 대신 정통 KT맨을 선택한 데 대해 조직 안정과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KT 이사회는 16일 서울 소재 한 호텔에서 오전 10시30분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오후 1시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오후 2시30분 박윤영 전 사장에 대한 심층 면접을 진행한 뒤, 박 전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선임했습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정관상 대표이사 자격 요건과 외부 인선자문단의 평가 결과 및 주요 이해관계자 의견 등을 반영해 이사회가 마련한 심사 기준에 따라 심층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 대내외 신뢰 확보 및 협력적 경영환경 구축, 경영 비전과 변화·혁신 방향 제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등을 중점적으로 반영해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윤영 KT 차기 대표 최종 후보. (사진=KT)
박윤영 후보 '정통 KT맨'
박윤영 후보는 1962년생으로 서울대 토목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포항제철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1992년 KT에 선로기술연구직으로 입사했습니다. 중간에 잠시 SK로 자리를 옮긴 경험도 있지만, KT로 복귀해 이후 약 30년간 KT에 몸을 담았습니다.
박 후보는 KT의 기간통신 인프라가 형성되고 진화해온 과정을 현장에서 경험한 인물로 평가됩니다. 입사 초기에는 토목공학 전공을 살려 전국 관로와 맨홀 정보를 체계화하는 업무를 맡으며 통신망의 구조와 원리를 익혔고, 이후 인터넷 서비스 개발과 미래사업 발굴을 거쳐 미래사업개발,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기업사업부문장을 역임하며 KT의 기업간거래(B2B) 사업 확대와 5G 융합 사업 발굴을 이끌었습니다.
KT 안팎에서는 박 후보를 두고 "조직을 아는 관리자형 리더"라고 평가합니다. 위기 국면에서 조직은 안정시키는 데 강점이 있다는 평도 나옵니다. KT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노조와 현장 조직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박윤영 KT 차기 대표 최종 후보가 16일 면접 후 나가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사회, KT 사업 경험과 기술 기반 경영 역량 높이 평가
이사회는 박윤영 후보에 대해 "KT 사업 경험과 기술 기반의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디지털전환(DX)·기업간거래(B2B)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인물"로 평가했습니다. 박 후보는 주주와 시장과의 약속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실질적 현안 대응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사회는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박윤영 후보가 KT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김용헌 KT 이사회 의장은 "박윤영 후보가 새로운 경영 비전 아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대내외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며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사회,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메시지"
시장에서는 박 후보가 당장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해킹 사고 수습과 고객 신뢰 회복을 꼽고 있습니다.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대규모 보상과 추가 제재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초기 대응이 향후 경영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최근 불법 소형기지국을 이용한 무단 소액결제, 서버 해킹 등으로 신뢰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KT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를 뽑은 만큼 이사회가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AI 전환(AX) 전략도 박 후보 앞에 놓인 핵심 과제입니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AI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보안 사고 여파로 전략 실행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박 후보는 탄탄한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소비자 서비스는 물론 산업 전반에서 AI가 실질적인 가치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외형 확장보다 내부 역량을 결집해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입니다.
박윤영 KT 차기 대표 후보는 내년 3월 말 진행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표를 받으면 정식으로 선임됩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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