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유통산업은 2025년 한 해 동안 극과 극의 흐름을 경험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홈플러스 법정관리 등 내수 리스크가 소비자 불신과 기업 압박을 키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K-뷰티·K-푸드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기반 글로벌 수출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국내 소비자는 고물가와 슈링크플레이션 속에서 생활비 부담을 체감했고 기업은 온라인-오프라인과 국내-해외를 가로지르는 복합 환경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국민적 분노로 확산
지난 11월29일 국내 최대 유통 기업 쿠팡은 3370만명의 고객 계정이 무단 유출됐다고 공지하며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는데요. 유출 대상에는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문 정보가 포함됐으나 결제 정보와 로그인 정보는 제외됐습니다. 그러나 사건이 단순 노출이 아닌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드러나면서 국민 불신과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죠.
조사 결과 유출의 주범은 중국인 퇴사자로 쿠팡에서 인증 업무 개발자로 근무하던 그는 퇴사 시점에 서명 키를 복사해 무려 1년 가까이 고객 정보를 유출했습니다. 쿠팡은 해당 사실을 퇴사자가 협박 메일을 보내서야 알게 되었고 서명 키를 폐기한 시점은 11월19일이었는데요. 만약 퇴사자가 유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피해는 훨씬 커질 수 있었습니다.
보안 체계 또한 비판 대상이었죠. 쿠팡은 생체인식·패스키 기반 인증 대신 단순 비밀번호 로그인만 제공했으며 초기 대응은 미흡했습니다. 피해 규모는 당초 4500명으로 추정됐으나 실제로는 3370만명으로 확인됐고 사과문조차 유출이 아닌 노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며칠 뒤 홈페이지에서 삭제해 사건 축소 의혹까지 불렀습니다.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며 사과 없이 민심을 자극했고 박대준 전 대표는 사임했죠. 신임 대표로 선임된 해롤드 로저스는 청문회에서 김 의장을 감싸는 태도로 다시 비판을 받았습니다. 국민과 정부 정치권은 쿠팡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시작했고 영업정지와 택배 운송사업자 인허가 박탈 가능성, 국내외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쿠팡의 앞날은 불투명합니다.
내수 소비 위축과 고물가 슈링크플레이션 논란
2025년은 국내 소비자 체감 물가가 지속적으로 높아진 해였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부담, 인건비 인상 등이 겹치면서 식품과 외식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이 이어졌죠. 농심·오뚜기 라면, 동서식품 인스턴트 커피, 스타벅스 등 커피 프랜차이즈,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맥주 등 주류업계가 줄줄이 가격을 올렸는데요.
2025 유통 10대 뉴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외식 물가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칼국수와 삼계탕은 1년 새 각각 4.91%, 4.23% 인상됐으며 김밥·냉면·비빔밥 등도 상승했습니다.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업체는 가격을 유지하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도입했으나 논란이 됐습니다. 교촌치킨은 순살치킨 무게를 700g에서 500g으로 줄였다가 비판을 받자 기존 수준으로 되돌렸고 정부는 조리 전 용량 표기 의무화를 시행하며 소비자가 가격과 양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내수 물가는 연속된 상승과 용량 축소가 겹치며 소비자 부담을 확대했고 기업은 비용 압박과 소비 여력 감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0.4%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C커머스 확산으로 비식품 부문의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이에 업계는 저가 PB 확대, 점포를 활용한 퀵커머스 정비 등 식품 경쟁력 강화 전략에 집중하며 시장 재편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편의점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약 0.4% 감소하며 분기 기준 첫 역성장을 나타냈고 출점 중심의 성장 전략이 종료됨에 따라 기존 점포 성장률 향상 등 질적 성장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홈플러스 법정관리와 유통 업계 불확실성
2025년 유통업계는 기업 회생과 투자 난항으로 내수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홈플러스는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9개월 넘게 회생계획안 제출과 인수 진행이 연장되며 유동성 압박이 커졌죠. 핵심 점포 폐점과 법정관리로 인한 부담은 2조원이 넘는 회생채권 상환과 인수 자금 부담으로 이어졌고 MBK파트너스를 포함한 대주주 사법 리스크도 기업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1세대 이커머스 업체는 파산하거나 회생 불가 상태에 놓였습니다. 발란·브랜디 등 법정관리 기업 역시 M&A 난항과 투자 위축에 직면해 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됐죠. 특히 브랜디를 운영하는 뉴넥스는 회생채권 조사 기간과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연기되며 회생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데요. 지난 4월 회생 절차에 들어간 명품 플랫폼 발란 역시 관계인 집회가 연이어 미뤄지고 있어 두 기업 모두 주요 절차가 늦춰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모습입니다.
K-뷰티와 K-푸드 숏폼 기반 글로벌 수출 호조
대조적으로 해외 시장에서는 K-콘텐츠 기반 수출이 역대급 성과를 냈는데요. K-뷰티는 북미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진 성장세를 기록했는데 올리브영을 비롯한 H&B 스토어는 미국·캐나다 매출에서 역대 최고 성장률을 보였으며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한 숏폼 바이럴이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매장보다 숏폼 콘텐츠가 먼저 시장을 열고 이후 오프라인 체험 수요가 따라오는 구조가 정착된 모습입니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틱톡에서 수천만 회 노출되며 글로벌 매출 상승을 견인했는데요. 미국과 유럽에서는 매운맛 챌린지와 2차·3차 밈이 생성되며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가 동시에 확대됐습니다.
반면 K-패션 업계는 국내 소비 구조 변화와 고물가 영향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졌습니다. 3분기까지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했으며 MZ세대 소비 행태 변화로 신상품 구매보다 기능성·가성비·브랜드 정체성이 뚜렷한 제품 중심으로 지출이 집중된 모습입니다. 내수 경기 침체와 우선순위 변화가 맞물리며 패션은 비필수재로 인식되며 구조적 수요 감소가 이어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유통업계 전반에 신뢰와 체질을 동시에 점검받은 해였다"며 "내수 시장에서는 보안·재무 리스크와 고물가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반면 해외에서는 콘텐츠와 플랫폼을 활용한 기업만이 성과를 냈다. 결국 내년 성패는 신뢰 회복과 글로벌 전략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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