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진흙탕 싸움' 2라운드…지원금 전쟁에 비방 마케팅도 확산
번호이동 나흘간 13만건…위약금 면제에 시장 요동
해킹 사고가 마케팅 도구로…지원금·비방 경쟁 재현
방미통위, 이통3사 소집…허위·과장 광고 경고
2026-01-05 15:57:13 2026-01-06 08:11:32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 위약금 면제를 기점으로 이동통신 3사의 시장 쟁탈전이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번호이동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지원금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경쟁사의 해킹 사고를 직접 거론하며 '보안이 검증된 곳으로 이동하라'는 식의 비방 마케팅까지 확산하는 추세인데요. 지난해 SK텔레콤(017670) 해킹 사고 당시 벌어졌던 이른바 '공포 마케팅'이 불과 6개월여 만에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로 지원금 확대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해킹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보상과 책임 논의는 형식적으로 지나가고 곧바로 지원금 경쟁과 비방 마케팅이 시장을 덮는 구조 반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위약금 면제가 본격화된 이후 번호이동 시장은 급격히 요동쳤습니다. 지난해 12월31일부터 지난 3일까지 나흘간 이통 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총 13만4488건으로, 하루 평균 3만3622건에 달했습니다. 통상 하루 평균 번호이동 규모가 1만5000건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입니다.
 
서울 시내 KT 대리점. (사진=뉴시스)
 
이 과정에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30분가량 KT와 KT 계열 알뜰폰(MVNO) 전산망에서 일시적인 오류가 발생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032640)로의 번호이동 처리가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업계는 전날 KT에서 타 통신사로의 번호이동이 폭증한 영향으로 해석하면서도 KT가 통신사업자로서 전산 안정성 관리 측면에서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KT 이탈 고객을 붙잡기 위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공격적으로 지원금을 확대했고, KT 역시 대응 차원에서 지원금 상향에 나선 결과입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KT를 이탈한 가입자는 총 5만2661명으로, 하루 평균 1만3000명 이상이 해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례적인 이탈 속도에 KT 역시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문제는 지원금 경쟁에 그치지 않고 비방 마케팅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대리점에서는 KT 해킹을 직접 언급하며 이동을 유도하는 홍보물이 잇따라 포착됐습니다. 'KT 해킹 사태, 아직도 남아계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위약금 면제를 강조하는 방식입니다. 단통법 폐지로 공시지원금·추가지원금 상한이 사라지면서 통신사 간 가격 경쟁이 본격화됐지만, 사고·보안 이슈까지 마케팅 수단으로 소환되는 부작용도 함께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앞서 내부 서버 침해 정황이 포착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를 받았으며, 서버 폐기 여부 등을 둘러싸고 경찰 수사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KT 위약금 면제 시행 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마케팅 모습. (사진=통신업계)
 
이 같은 양상은 지난해 SK텔레콤 해킹 사고 이후 신규 영업정지와 위약금 면제가 이뤄졌을 당시와 닮아 있습니다. 당시 KT와 LG유플러스 대리점과 온라인 채널에서는 해킹 사고를 직접 언급하며 '보안이 검증된 통신사로 이동하라'는 식의 문구가 등장했습니다. 이에 SK텔레콤은 공포 마케팅이라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통사들은 "대리점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한 마케팅일 뿐, 회사 차원의 기조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통 3사의 도 넘은 마케팅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석현 서울 YMCA 시민중계실장은 "이동통신 시장이 3사로 고착된 이후 경쟁 방식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굳어졌다"며 "통신사에서 좀처럼 발생해선 안 될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고, 심지어 2차 피해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이런 사고가 마케팅 수단으로 소비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각 사가 유지해야 하는 점유율이 곧 수익 구조와 직결되다 보니, 일정 비율만 이탈해도 경영 부담이 커지고 그 결과 사고 때마다 지원금 확대와 공격적 마케팅으로 대응하는 왜곡된 경쟁이 반복된다"며 "시장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달라지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도 시장 혼탁 행위에 대한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는 분위기입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KT 위약금 면제 발표 직후인 지난주 금요일 이통 3사를 불러 허위·과장 광고와 비방성 마케팅을 하지 말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며 "사고를 계기로 한 과도한 마케팅은 시장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방미통위는 이미 유사 사례에 대한 사실 조사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KT가 해당 사고를 활용해 공포 마케팅을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실 조사에 착수했으며, 해당 조사는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이번 사안 역시 허위 사실이나 과장광고에 해당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현장 점검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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