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2000조' 예고…몰아치는 트럼프발 '안보청구서'
"세계 질서 떠받치던 시대 끝나"…10배 방위비 분담금 '변수'
2026-01-08 16:10:58 2026-01-08 16:43:3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7년도 국방예산을 현행 1조달러(1450조5000억원) 규모에서 1조5000억달러(2176조원)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산하기관 탈퇴에 적용한 '이익'의 관점이 국방예산에도 적용된 모양새인데요. 이에 따라 동맹국이 안보 비용을 더 부담하는 '안보 청구서'로 돌아올 전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0.7%→ 50% '파격 인상'…"관세 수익의 대가"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각료들, 다른 정치인들과 길고 어려운 협상을 한 끝에 나는 특히 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해 2027년 국방 예산을 1조달러(1450조5000억원)가 아닌 1조5000억달러가 돼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오랫동안 누려야 할 '꿈의 군대'를 구축하고 더 중요하게는 어떤 적이 있더라도 우리 안전과 보안을 지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명한 2026년도(2025년 10월~2026년 9월) 국방수권법(NDAA)의 국방예산의 규모는 9010억달러(약 1307조원)입니다. 이는 미 연방 상·하원을 통해 1조달러에 못 미치는 규모로 설정된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약 50%, 6000억달러(약 870조원)를 더한 1조5000억달러 규모로 2027년도 국방 예산을 설정했습니다. 2026년도 국방예산이 전년도 예산 대비 0.7%가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충격적 증액 규모인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액의 국방비 증액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집권 1년 차의 성과를 꼽았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를 대상으로 펼친 '관세정책'이 미국의 이익으로 돌아왔다는 겁니다.
 
그는 "과거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미국을 갈취해온 많은 다른 나라들로부터 오는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나는 1조달러 규모를 유지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과거에는, 특히 역사상 최악이던 '졸린'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불과 1년 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관세와 이를 통해 창출되는 엄청난 수입 덕분에 우리는 쉽게 1조5000억달러라는 수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동시에 견줄 데 없는 군사력을 생산하고, 동시에 부채를 상환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중산층 애국자들에게 상당한 배당금을 지급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계 경찰 '종식'…군비 경쟁 서막
 
미국의 대규모 방위비 증액 예고는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 더해져 세계 안보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 종식을 선언한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은 "아틀라스처럼 세계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세계 경찰의 역할을 할 의지도 비용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NSS는 전략적 재배치를 통해 핵심 전선에 군을 집중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동맹국을 '보호 대상'에서 '기여 기반 파트너십'으로 전환했다는 겁니다. 동맹국이 미국의 안보 우산에 '무임승차'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전 세계의 군비 경쟁 서막이 열린 모양새입니다. 미국의 안보 청구서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유럽 국가들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로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거듭된 '무임승차'에 대한 압박 탓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핵심 회원국에 GDP 대비 5%가량의 국방비 책정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나토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5%로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 중입니다. 
 
일본은 이미 역대 최대 규모인 약 85조원을 국방예산으로 편성하며 대중국 억제 태세를 강화했습니다. 우리 국방부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내년 국방비는 올해 대비 7.5% 증가한 65조 8642억원입니다. 또 '2025~2029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매년 국방비는 7~8%씩 오르는 것으로 계획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내가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었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달러(약 13조6150억원)를 지불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는 평균 10% 내외의 인상폭을 보였던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서 10배 상승이라는 '핵폭탄급' 발언입니다.
 
현재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한·미 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정은 마무리된 상태인데요. 자칫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동시에 대한민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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