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때 물갈이된 금융지주 회장, 현 정부서 모두 자리 지켜
2026-01-12 17:04:46 2026-01-12 17:28:39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관행에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지적했음에도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 회장들은 줄줄이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직전 윤석열정부는 과거 정부 때 선출된 회장 대부분을 강제 물갈이했지만, 현 정부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다만 이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손질에 나선 가운데 금융사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윤석열정부 때 회장들 대거 물갈이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055550)우리금융지주(316140), BNK금융지주(138930)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최근 현 회장의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습니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4일 진옥동 현 회장을 최종 후보로 확정됐고, BNK금융도 빈대인 현 회장을 같은 달 8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역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지난달 29일 최종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이들 회장은 이들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치면 앞으로 임기 3년을 추가로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직전 정부인 윤석열정부 초기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거 교체된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당시 윤석열정부는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금융지주 수장 인사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습니다. 그 신호탄은 2023년 1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의 농협금융지주 회장 취임이었습니다.
 
이 전 실장은 행정고시 26회 출신의 경제 관료로 박근혜정부에서 요직을 거쳤고,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정책 밑그림을 그린 핵심 인사로 꼽혔습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보은 인사 논란과 함께 정권 초 금융권 인사 기조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후 이복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을 향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대통령이 금융지주사 승계 절차가 폐쇄적이라며 "주인 없는 회사", 즉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하자 이 전 원장은 회장 교체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습니다.
 
우리금융이 대표적이었습니다. 라임펀드 사태 관련 중징계 가능성을 안고 연임에 도전하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을 향해 이 전 원장은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손 전 회장은 일정 기간 연임 의지를 피력하다가 결국 도전을 접어야 했습니다.
 
당시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3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역시 예상을 깨고 용퇴를 선택했습니다. 조 전 회장이 사퇴를 공식화하자 이 전 원장은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당국 수장 입장에서는 회장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이 전 원장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윤종규 전 KB금융(105560) 회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전 원장은 KB금융 회장 승계 절차가 시작될 무렵 "후보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밝혔습니다. 이후 윤 전 회장은 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물러났습니다.
 
이처럼 윤석열정부 초반 금융당국의 메시지는 매우 직접적인 수준으로 금융권에서 사실상 사퇴 압박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관치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당국은 내부통제 부실과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주요 금융지주 수장 교체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 정부와 달라" 안도감 속 긴장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통령 측근이 금융사 CEO 인사에 깊게 관여한 경우가 있었는데, 현 정부에선 아직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간 당국이 요구한 요건에 모두 맞춰 회장 인선을 진행했다"며 "그만큼 노골적으로 인사 개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도 한다"고 봤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융사 리더십에 변화가 생기면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 확대 등 현 정부의 핵심 금융 공약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생산적·포용적 금융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들 금융지주가 5년간 해당 분야에 40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가도에도 금융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회장 인선 구조를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언급하자, 이찬진 금감원장은 곧바로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에 착수했습니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최종 후보로 선정돼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지만 회장 인선 관련으로 금감원의 현장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외부에서 접수된 투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회장 선임 절차와 함께 일부 임원과 관련된 부당 대출 취급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올해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KB금융 등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임기는 오는 11월 만료됩니다. 정권 초기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따라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 3곳의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정권 중반을 지날수록 기류가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 연임 관행에 대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 지적했지만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줄줄이 연임에 성공하고 있다. 직전 윤석열정부 때 대거 물갈이한 것에 비해 대조되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금융지주회장들이 기념 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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