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거래시간 연장안을 꺼내들고 나오자 증권업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거래소는 회원사(증권사)들이 넥스트레이드(NXT)와 겹치지 않는 오전 7시 프리마켓 개장을 원한다는 명분을 앞세웠습니다. 이를 통해 6월부터 거래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겠다는 겁니다. 증권업계에서는 거래소가 NXT와 경쟁에 급급한 나머지 증권사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거래시간 연장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회원사들에 프리(아침 7시~8시) 및 애프터(16시~20시)마켓을 개설(정규장 유지·호가이전 없음)하는 내용의 거래시간 연장안을 전달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7월 거래소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총 3가지의 거래시간 연장안 조사 결과를 반영한 새로운 방안입니다. 기존안은 정규장과 프리장마켓으로 구분됐으나 세 가지 안 모두 8시 시작은 동일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안의 핵심을 '7시 프리마켓 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3가지안 중 실현 가능성이 높은 3안을 수정해 추진하되, 제도안 공표 후 업계 의견을 추가 반영하겠다"고 회원사들에 안내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거래소는 7시안(3안) 추진 배경으로 회원사의 IT 개발 및 시장 영향도 등을 감안했을 때 NXT와 겹치지 않는 7시 프리마켓 시작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회원사들이 호가가 이전되지 않는 KRX 시스템의 제약 고려 시 KRX와 NXT 프리마켓의 '상호 배타적' 운영을 강력히 요청 △글로벌 시황 조기 반영 유리 등을 꼽았습니다. 회원사 노무 부담 경감을 위해 프리와 애프터 마켓 운영시간에 지점 주문을 제한하는 조치와 함께 유동성 제고를 위해 정규장과 별도로 프리·애프터 마켓 시장조성제도 운영안(주식·ETN·ETF)도 담겼습니다.
증권업계는 당황한 모양새입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와 간담회를 갖고 거래시간 연장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자리에서 사무금융노조는 거래소의 7시 프리시장 개장과 8시 정규시장 개장안에 대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당시 거래소의 연장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이야기한 바 있고, 이후 소통하면서 추진하겠다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7시 프리마켓 개장안을 회원사들에 통보해 당혹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는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낼 계획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거래시간 연장 대응하기 위해 증권사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중소형사로 갈수록 거래 및 IT 인력 등의 2교대, 추가 고용 등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거래소의 경우 공시 및 IT 인력 등이 영향을 받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 거래가 대부분 MTS 기반의 비대면 거래가 대부분"이라며 "노무 부담 경감을 위해 오프라인 주문을 막는다는 대책도 생색내기 대응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프리·애프터 마켓서 ETF·ETN 유동성공급자(LP) 제도 운영 방침에 대한 반발도 있습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NXT와 경쟁만 고려하고 회원사의 손실 가능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NXT가 안하는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시간 연장 언급은 없고, 주식시장 거래 연장에만 몰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프리마켓에서 헤지거래를 할만큼 거래량이 안 나올 가능성이 높아서 호가를 제대로 제출하기 힘들거나 체결 이후 헤지가 안 되서 시장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은 온전히 증권사 부담으로 떨어지고 만다"고 우려했습니다.
거래소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거래시간 연장안에 따른 각 부서 영향과 방안에 대한 내용이 전달되면, 내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거래소는 현재 거래시간이 연장으로 인한 내부 영향 등에 대해 조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NXT거래소 출범 이후 거래시간 연장안 등에 반대하며 거래소 내부에 근조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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