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보다 7배 빠른 원화가치 '하락세'…탈출구 '밸류업'
'나홀로 약세'에 갇힌 대한민국 원화
선진국 3% 떨어질 때 원화는 25% 폭락
신흥국 평균보다 2배 더 가파른 원화↓
20년 평균보다 176원 급등한 '뉴 원화 가격'
"단기 방어로는 '부족'...밸류업 '값싼 원화' 탈출구"
2026-01-13 17:28:10 2026-01-13 17:34:33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원화의 가치 하락 속도가 주요 선진국·여타 신흥국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루 환율이 10원 이상 출렁이는 '급변동일' 비중은 2010~2019년과 비교해 1.8배 늘어난 데다, 3개월 내 환율이 100원 이상 폭등하는 비중도 과거 대비 3.7배 잦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 환율 상승세는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수급 쏠림을 증폭시키는 '오버슈팅' 국면인데요. 결국 달러 수요만 넘치고 공급은 부족한 현 수급 쏠림을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원화의 '나 홀로 약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투자 환경의 매력도를 높이는 등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는 겁니다.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5.90원(0.41%) 오른 1474.30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요국 4위의 '가치 추락'
 
13일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분석을 보면, 최근 5년 사이 원화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가치가 하락한 통화 중 하나로 기록됐습니다. 2020년 이후 원화의 누적 환율 변동률인 가치 하락 폭은 '25.72%'에 달합니다. 이는 같은 기간 선진국 통화 평균인 3.57%(약 7.2배)나 신흥국 통화 평균 11.24%(약 2.29배)보다 변동률이 높습니다.
 
아시아 국가의 통화 평균인 11.58%와 비교해도 가치 하락 폭이 압도적으로 웃도는 수준입니다. 글로벌 주요 21개국 통화와 비교해도 원화의 약세는 두드러집니다. 2020년 이후 원화의 평가절하 폭은 일본 엔화(42.7%), 브라질 헤알화(33.10%), 인도 루피화(28.40%)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수준입니다.
 
지난해 이후 10.64%의 누적 환율 변동률(가치 하락)도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선진국 통화(-2.12%), 신흥국 통화(-0.12%), 아시아 국가 통화(-0.35%)와 비교해 '나 홀로 원화 약세'가 눈에 띕니다.
 
단순히 환율이 높기보다 변동 폭 자체가 과거와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원·달러 환율 평균은 1128.9원이었으나 2021~2025년 사이 평균 1304.9원으로 15.6% 급등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과거 정보통신(IT) 버블, 금융위기 때 일시적으로 1300원을 넘겼던 것과 달리 1300원을 웃도는 날이 전체의 61.4%에 달하는 등 '고환율 일상화'가 되고 있습니다.
 
 
13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 환율 시세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극심 변동 '3.7배'…서학개미까지 '가세'
 
하루에 환율이 10원 이상 출렁이는 '급변동일' 비중은 2010~2019년 6.46%에서 최근 11.63%로 약 1.8배 늘었습니다. 3개월 내 환율이 100원 이상 폭등하는 극심한 변동 사례도 과거 대비 3.7배나 잦은 상황입니다.
 
2020년 이후 원·달러 환율 변동을 보면, 달러인덱스(미 달러 힘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지수) 등 글로벌 요인이 차지하는 기여율이 42.0%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원화와 달러인덱스 간의 상관관계는 과거보다 2.2배 상향하는 등 원화가 달러의 움직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질로 변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국내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 확대까지 가세하면서 기름을 부은 격입니다. 2020년 이후 누적 해외증권 투자는 26.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는 환율 상승과 뚜렷한 동행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증권 투자가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월간 환율이 약 0.2% 상승하는 효과라는 게 KIEP 측의 추산입니다.
 
대내외 투자 흐름 중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 기여율은 과거 19.8%에서 최근 35.9%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환율 방어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13일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분석을 보면, 최근 5년 사이 원화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가치가 하락한 통화 중 하나로 기록됐다. (그래픽=KIEP)
 
"해외자산 선호 지속…펀더멘털 강화해야"
 
박지원 KIEP 부연구위원은 "최근 환율 급등은 환율 상승 기대 확산이 수급 쏠림을 증폭시키는 자기 강화적 메커니즘이 작동한 측면이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급격한 변동과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동시에 자본 유입 규제를 완화하고 국내 투자 기반을 확충함으로써 외환 수급의 '한쪽(달러 수요) 쏠림'을 구조적으로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순대외금융자산(NIIP)이 2014년 양(+)으로 전환된 이후 대외금융자산이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달러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고령화 등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가계·연기금의 해외자산 선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해외투자 확대→달러 수요 증가' 채널은 구조적으로 상존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환율은 국가 경쟁력과 대외 건전성을 반영하는 만큼,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원활한 자본흐름이 작동하도록 제도·구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 완화 및 경쟁 촉진, 시장친화적 제도·인프라 구축을 통해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첨단산업·서비스·콘텐츠·친환경 에너지 등으로 성장 주력 산업을 다변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 대외금융자산·부채의 중장기적 구성과 리스크 관리 체계의 전략적 재점검도 주문했습니다. 대외금융자산이 특정 지역·통화(예컨대 미국)로 편중될 경우 수익률 측면의 이점이 있을 수 있으나 정책·금리·환율 리스크 노출이 확대될 수 있어 분산투자·환헤지 전략 병행을 제언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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