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일 잘하는 구청장'이라는 평판을 발판 삼아 여권의 유력한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내세우는 핵심 성과들은 정작 오세훈 서울시장의 기존 치적에 편승한 결과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성과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습니다.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가 무색하게 성동구의 임대료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스마트 쉼터 또한 고비용 대비 저효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입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지난 1월8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 첫 '젠트리피케이션 조례' 도입…임대료 폭등 '아이러니'
정원오 구청장은 2014년 6회 지방선거에 당선돼 성동구청장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정 구청장은 2015년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건물주와 임차인 간 상생협약을 유도해 임대료 급등을 억제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정 구청장은 그간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이 조례를 자신의 대표적인 '상생 행정' 치적으로 내세워 왔습니다.
정 구청장은 2025년 5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는 "성수동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없는 이유는 정책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그해 12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는 "성수가 '팝업 성지'가 된 비결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성과 덕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지표는 다소 괴리가 있습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성수동의 평당 임대료는 2018년 10만 원에서 2022년 15만 원, 2024년 21만 원으로 6년 사이 2배 이상 폭등했습니다. 특히 성수동 핵심 상권인 연무장길의 경우, 2024년 기준 임대료가 전년 대비 1년 만에 33%나 치솟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명박·오세훈이 설계한 '성수동'…성과는 정원오 몫으로만?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는 지역 가치가 폭등하던 시점에 등장한 '필연적 산물'에 가깝습니다. 성수동 지가 상승의 도화선이 된 것은 2005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2007년 대통령 당선)의 '서울숲 개원;과 2009년 오세훈 시장의 '한강변 전략정비구역 지정'이었습니다. 십수년간 축적된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개발 기대감은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 폭발적인 임대료 상승이라는 부작용으로 분출됐습니다.
실제로 정 구청장이 조례를 제정한 2015년은 서울숲과 한강변 정비 효과에 힘입어 대형 카페와 팝업스토어가 성수동 일대로 밀려들며, 원주민과 영세 상인들이 내몰릴 위기에 처한 비상 상황과 맞물려 있었습니다. 당시 성동구의 조례 도입은 자본의 역습으로부터 지역 생태계를 사수하기 위한 행정가로서의 불가피한 선택이자, 적극적인 방어 기제였다는 평가도 공존합니다.
결국 정 구청장이 자신의 ‘상생 행정’ 치적이 거대 자본의 논리를 뒤늦게 뒤쫓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과제가 하나 남습니다. 차기 시장을 준비하는 정치인이자 행정가로서, 단순히 현상을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 서울 전체의 보편적 상생을 선제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능동적인 해법을 증명해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22년 전 이명박이 뿌린 '삼표 이전' 씨앗…정원오 역할론은?
성동구 발전을 결정적으로 견인한 '삼표 부지 개발' 역시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20여년 전 서울시가 설계한 장기 프로젝트의 종착역에 가깝습니다. 이 사업의 뿌리는 22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은 성수동 1가 일대에 아시아의 센트럴파크를 표방한 서울숲 조성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명박 시장은 공원을 완성하려면 부지 내 삼표 레미콘 공장 이전이 필수적이라는 정책적 결단을 내렸습니다. 성수동의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20년 대장정의 서막은 이때 이미 열린 셈입니다.
이후 서울시는 20여 년간 삼표산업 및 현대제철과 끈질긴 협상을 이어왔으며,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이후 사전협상제도를 적극 활용해 사업에 속도를 냈습니다. 특히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4단계'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종상향과 용적률 800% 완화라는 결정적 행정 행위는 전적으로 서울시장의 권한이었습니다.
결국 정 구청장은 2017년 4자 협약과 2022년 철거 완료 과정에서 지역 수장으로서 '협의 주체' 역할을 수행했을 뿐, 사업의 판을 짜고 실질적인 추진 동력을 만든 주체는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시가 22년간 공들여온 거대 프로젝트에 정 구청장이 마지막 '마침표'를 찍으며 성과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종합교통정보, 공기청정, 냉난방 등이 제공되는 성동형 스마트 쉼터. (사진=뉴시스)
'성동구'라는 온실 벗어나면?…재정 격차가 만든 '착시 행정'
전임 서울시장들이 20년에 걸쳐 닦아놓은 인프라는 정 구청장이 '일 잘하는 행정가'로서 치적을 쌓을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적 수혜는 서울 내 다른 자치구에서 재현되기 불가능한 특수 사례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실제로 성동구와 재정 여건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타 자치구들의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만약 정 구청장이 재정자립도가 성동구(32.9%)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소외 지역의 구청장이었다면, 연간 수억원의 유지비가 투입되는 스마트 쉼터를 수십 개씩 설치하거나 대규모 부지 개발 성과를 홍보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세수가 풍부해진 데다 전임 시장들이 기초 인프라를 완벽히 구축해준 성동구였기에 '정원오표 행정'이라는 프레임이 구축될 수 있었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성동구의 사례는 서울 모든 자치구에 적용 가능한 행정 모델이라기보다, 특수한 환경과 막대한 자본 유입이 뒷받침된 '럭셔리 행정'의 전형에 가깝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2025년 6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성동구의 재정자립도는 32.9%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7위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시 자치구 평균(26.5%)을 크게 웃도는 이 지표는 정 구청장이 각종 실험적 정책을 과감하게 펼칠 수 있었던 '든든한 자금줄'이 됐습니다.
하지만 '일 잘하는 구청장'을 넘어 '실력 있는 시장'을 꿈꾸는 정 구청장에게 이런 지표는 오히려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합니다. 성동구라는 특수 환경 속에서 일궈낸 성과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적용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 구청장이 내세우는 성과가 그만의 자생적 실력인지, 아니면 이명박·오세훈 전·현직 시장이 차려놓은 밥상에 편승한 환경적 수혜인지를 명확히 가려내는 것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서 거쳐야 할 실질적 검증대가 될 전망입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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