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추천이사제, 금융지주 회장 '참호 이사진' 깰 해법 거론
2026-01-22 14:55:34 2026-01-22 16:08:22
[뉴스토마토 이종용·이재희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 연임 과정에 대해 주주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등 주주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도입해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입니다. 이사회가 회장의 '참호 구축'을 돕는 핵심 조력자로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건데요. 실질적인 지분력을 가진 주주들의 이사회 진입이 지배구조 개선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거수기 이사회 깨는 신의 한 수"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통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를 통해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 후보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계열사 대표 후보는 사외이사와 그룹 회장 등 사내이사가 포함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결정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현직 회장이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포진돼 이른바 '참호'를 구축해 연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는 지적을하고 있습니다.
 
전성인 전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소수가 될지라도 경영진을 감시할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회의록에 남겨주는 역할만 하더라도 만장일치로 찬성하는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뀔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특히 금감원은 국민연금 추천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해 '이너서클(내부 권력 집단)'을 깨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10일 지주 회장들과 만나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 등의 금융지주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지주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한 국민연금의 주주 추천권 활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KB금융(8.28%), 신한금융(9.13%), 하나금융(8.77%) 등 주요 지주사 지분을 8~9%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사외이사를 추천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당국에서는 국민의 공적 자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에서 주주 행동을 앞장을 서고, 다른 주주들이 이에 호응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연금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근혜정부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국민연금이 내외부 압박에 찬성표를 행사한 사례가 꼽힙니다. 전 교수는 "국민연금 조직 내부에 아직까지 왜곡된 지시·명령 구조가 남아 있다고 본다"며 "의결권을 행사하려고 하면 여러 곳에서 로비나 압력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의 성격과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인한 '관치' 우려도 나옵니다. 국민연금의 메시지가 사실상 정부의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이찬진 원장은 올 초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 관련 사안은 제가 이래라저래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사외이사 추천은) 국민연금이 자체적인 거버넌스 판단 하에 결정할 사안"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 주주 자격으로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이 원장이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회장·임원 인선에 주주 참여"
 
금융지주들은 자구책으로 '주주추천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iM금융지주(139130)BNK금융지주(138930)는 사외이사 예비 후보를 주주로부터 직접 추천받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iM금융은 1주 이상 보유한 개인 주주에게도 추천권을 부여했고, BNK금융은 사외이사 과반을 주주 추천 인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임추위와 회추위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주주 추천 사외이사 등 외부 인사를 포함해 이사회 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면서 "사외이사 추천에 머물 것이 아니라 해외처럼 선임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주추천이사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금융지주사 이사회가 되레 외부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그룹 사외이사제도의 운영체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상법상 주주제안권이 은행권의 임추위 제도와 상충할 소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간 임추위를 통해 이뤄져온 사외이사 검증·선별 절차가 유명무실화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다른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노조추천이사제'입니다. 노동조합과 우리사주조합 구성원이 직원이라는 점에서 노조추천이사제와 우리사주조합추천이사제를 딱 잘라 구분짓기 어려운데요. 성격이 비슷한데요. 우리금융지주(316140)의 경우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지주와 은행 합산 8%에 달합니다. 국민연금의 금융지주 평균 지분율(8.03%)에 근접합니다. 다수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우리사주조합이 평균 3% 안팎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다만 노조추천이사제의 경우 경영 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노조 추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면 구성원을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사회 역할 강화는 기업의 주주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2023년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후보로 내세웠지만 모두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하면서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라고 투자자에게 권고했었습니다. KB금융 등 국내 금융지주사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60~70%에 달하기 때문에 글로벌 자문사의 의견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성인 전 교수는 "노조 추천 이사 수가 적다 보니 표 대결 측면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는 문제도 있다"면서도 "이사회 결정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다수결 의사결정 체제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사주조합은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직원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노동이사제나 노조추천이사제 형태로 추천 인사를 이사회에 넣는 것이 주주 친화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8대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관련 특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