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반도체 빼면 '0%대' 성장…3고 엄습에 '첩첩산중'
"반도체 사라지면 성장률 0.4%"
확장 재정→고환율·고금리 '악순환'
2026-01-22 18:00:28 2026-01-22 18:16:46
[세종=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지난해 한국의 1% 경제성장은 수출과 정부 소비에 의존한 결과였습니다. 건설투자 부진이 성장률을 1%포인트 넘게 깎아내리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민간 전반의 회복 흐름은 끝내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환율·물가·금리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는 '3고' 위협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도체가 만든 성장…"1% 중 0.6%포인트"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에 그쳤습니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으로 통하는 잠재성장률(1.8% 안팎)을 크게 밑도는 수치입니다. 
 
성장 기여도를 기준으로 보면,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따른 정부 소비와 반도체 중심의 수출을 제외할 경우 성장은 0%대에 머문 구조였습니다.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두 차례 추경을 편성하며 재정을 확대했습니다. 
 
지난해 성장률 1% 가운데 정부 소비는 0.5%포인트, 순수출이 0.3%포인트를 차지했습니다. 이 두 항목만으로 전체 성장의 상당 부분이 설명됩니다. 반면 민간 내수 부문은 소비·투자를 모두 합쳐도 기여도가 제한적이었고, 특히 건설투자가 -1.4%포인트를 기록하며 성장률을 크게 끌어내렸습니다.
 
설비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 투자가 각각 성장률을 소폭 끌어올렸지만, 건설투자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민간 내수 부문은 성장의 중심축으로 기능하지 못했습니다.
 
성장의 절반 이상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제조업에서 나왔습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성장률 1% 가운데 IT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0.6%포인트고, 나머지가 0.4%포인트를 구성한다"고 설명했습니다. IT 분야의 높은 성장이 없었다면 한국 성장률은 0.4%로 내려갈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건설만 빼면 괜찮다?…'재정·반도체'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건설투자가 '중립 수준'(기여도 0%포인트)에 가까웠다면, 우리나라 GDP가 연간 2.4%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올해에는 연간 성장률이 민간소비와 재화 수출의 견조한 흐름에 힘입어 기존 전망치인 1.8%를 다소 웃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산이 지난해보다 3.4% 늘어나 정부 지출의 성장 기여도가 확대되고, 반도체 공장 건설과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집행 증가 영향으로 건설 부문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도 상당 폭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제 전망 기관 20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의 중간값도 2%로, 이전보다 0.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문제는 한국의 성장 구조가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이미 고환율 충격은 외환시장을 넘어 물가와 금리 상승 압력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자극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물가 압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제약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금리 부담으로 민간투자 회복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IT를 제외한 전통산업 전반은 구조적 침체에 놓여 구조 조정이 시급하고, 민간소비 역시 정부 주도로 간신히 늘어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수출은 전년 대비 2.1% 감소했습니다. 2022년 4분기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입니다. 또 본격화한 '트럼프 관세' 영향과 인공지능(AI) 거품 우려,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올해 수출 여건은 호재보다 악재가 많습니다. 
 
결국 지난해 1% 성장은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결과에 가깝습니다. 재정과 특정 산업에 기대 버틴 성장 구조에서는 민간투자와 내수가 중심축으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습니다. 성장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성장률은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2%로, 한국보다 2.2%포인트 높았습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7.6%포인트 격차 이후 가장 큰 격차입니다. 지난해 선진국 성장률 1.7%와 비교해도 한국은 0.7%포인트 낮았습니다. 한국은행은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세종=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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