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여전히 배당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양극화를 경험 중입니다. 보험사는 강도 높은 규제로 인한 무배당, 업황 부진, 회계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주식시장 내 투자 매력도가 낮은 종목으로 분류됩니다. 올해 역시 다수 보험사가 배당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면서 보험주 주가는 장기간 횡보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계열사·호재 없는 보험사 '울상'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자금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에 나서면서 증시는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3500선 돌파를 앞두고 있던 코스피는 정책 기조에 힘입어 약 3개월 만에 5000선을 넘어섰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러나 코스피 상승 랠리 속에서도 보험주 주가는 전반적으로 잠잠한 모습입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보험사는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
한화생명(088350),
한화손해보험(000370),
동양생명(082640),
미래에셋생명(085620),
흥국화재(000540),
코리안리(003690),
롯데손해보험(000400),
서울보증보험(031210) 등입니다. 최근 3개월간 주가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종목들은 횡보하거나 일부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삼성 계열 보험사들은 최근 급등한
삼성전자(005930) 주가에 힘입어 동반 상승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삼성화재는 1.49%를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주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두나무 지분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해당 사실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한화생명은 지난 14일
한화(000880)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자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인적분할을 통해 계열사별 최적의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주주환원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날 한화생명 주가는 10.44% 상승했습니다.
주가가 상승한 보험사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계열사 주가 상승에 따른 동반 효과가 반영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계열사 효과가 없거나 뚜렷한 호재가 부재한 보험사들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3개월간 주가가 하락한 보험사는 △DB손해보험 -2.15% △동양생명 -5.08% △흥국화재 -8.71% △코리안리 -0.36% △롯데손해보험 -14.62% 등입니다.
보험주는 성장성이 낮은 산업으로 꼽힙니다. 저출산·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수익을 자산운용에 기대하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도 큽니다. 또한 보험사 간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보험 본업에서 의미있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보험업계에 대한 규제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2023년 IFRS17(국제회계기준) 시행 이후 보험사별 회계 기준 적용에 차이가 나타나면서 오히려 회계 처리의 일관성과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규제 강화, 손해율 동일 기준 적용, 금리 인하기에 킥스 하락 등이 겹치며 업황 전반이 위축돼 보험주 투자 매력도는 더욱 낮아졌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주는 꾸준히 오르는 곳들이 있는 반면 확 올랐다가 떨어지는 곳이 많다"며 "오랜기간 저평가 받아오는 업황으로 꼽힌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저평가 기조에 밸류업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규제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라면서 "올해 업황이 더 안 좋아져 호재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급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해약환급금 규제에 배당 여력 '뚝'
보험사들은 해약환급금준비금 규제로 주주들에게 배당을 실시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 계약자가 보험을 해지할 경우 지급해야 할 환급금을 미리 적립해 두는 자금으로, 적립 규모가 커질수록 회계상 이익이 감소해 배당 여력이 떨어집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은 IFRS17 도입 이후 더욱 커졌습니다. 실제로 2023년에는 상장 보험사 중 8개사가 배당을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에는 배당을 지급한 보험사가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코리안리 등 4곳으로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올해 역시 배당이 가능한 보험사는 같은 4곳에 더해 지난해 상장한 서울보증보험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상장 보험사들이 지난해 말 기대했던 해약환급금준비금 규제 완화 역시 결국 물건너 갔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을 일부 완화했지만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완화된 기준을 충족하는 보험사는 많지 않습니다. 이후 보험업계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했지만 금융당국은 끝내 규제를 완화하지 않았습니다.
배당은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면서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완화하는 기능을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무 건전성과 현금 흐름에 대한 자신감을 전달하면서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업황 부진에 강도 높은 규제로 배당조차 실시하지 못하면서 시장 전반 밸류업 기조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증권사에서는 보험사 투자에 대한 의견을 중립 또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경쟁으로 4분기마다 발생하는 대규모 CSM 감소가 실적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킨다"면서 "상황이 반복된다면 주가는 상방이 제한될 수 밖에 없어 악순환의 탈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은 위쪽부터 삼성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한화생명, 롯데손해보험 간판 모습. (사진=각 사)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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