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다음은 로봇…배터리업계, 휴머노이드 주목
2032년 97조원 시장 규모로 성장
K배터리 현대차·테슬라 협력 강화
2026-01-26 14:12:55 2026-01-26 14:34:49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경쟁 심화로 배터리 업계의 성장 동력이 흔들리면서, 업계의 시선이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고효율과 높은 안전성이 담보되는 배터리가 필수인 휴머노이드는 중장기 배터리 수요를 견인할 유력 분야로 평가돼 K-배터리가 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선보인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사진=현대차)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현대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2’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SDI(006400) 역시 지난해 현대차·기아 및 로보틱스랩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로봇용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최근 현대위아 물류로봇 등에 배터리 공급을 시작한 SK온도 휴머노이드 배터리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휴머노이드용 배터리 시장을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휴머노이드에 들어가는 배터리 공간이 전기차보다 훨씬 작은 만큼, 같은 용량 대비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리튬인산철(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가 채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LFP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을 앞세워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했지만, NCM 배터리 분야에서는 국내 3사가 기술력과 양산 경험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는 평가가 대체적입니다. 또한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NCM 대비 약 70% 수준에 그치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주요 휴머노이드 제조사들은 NCM 배터리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로봇용 배터리 시장 선점에 나선 배경에는 가파른 시장 성장세가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2024년 32억8000만달러(약 4조8514억원)였던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32년 660억달러(약 97조6206억원)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휴머노이드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5% 안팎으로 추정되는 만큼, 6년 안에 약 5조원 규모의 배터리 신규 시장이 열리는 셈입니다.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이후를 잇는 차세대 수요처로 휴머노이드를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기차와 달리 배터리 교체 주기가 짧고, 다품종·소량 생산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양산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배터리 업체들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로봇 제조사별로 요구하는 배터리 형태와 성능 조건이 다른 만큼, 맞춤형 설계 역량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업계는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핵심 변수로 전고체 배터리를 꼽습니다. 자동차보다 내부 공간이 훨씬 제한적인 휴머노이드는 배터리의 경량화가 필수인 데다,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특성상 화재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볍되 안전성이 높으며 구동 시간은 긴 전고체 배터리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배터리 기술 경쟁의 무게중심이 전기차에서 로봇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에 대한 기술 확보 여부가 향후 휴머노이드 상용화와 배터리 산업의 판도를 가를 것으로 관측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는 배터리 성능이 곧 제품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분야”라며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속도와 상용화 시점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주도권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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