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악했다. 보수의 명분도 가치도 원칙도 내쳤다. 뒤틀린 배짱과 결기, 탐욕만 남았다. '윤건희'(윤석열+김건희)라는 골목대장이 가니, 그 대장을 흠모한 또 다른 똘마니가 튀어나왔다. 절윤(윤석열 절연) 대신 결윤을 택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그의 메시지는 "우리가 윤건희다." 희대의 망언이자 계몽령 이상의 망상.
입틀막 정권에 침묵한 후과
기이함을 넘어 섬뜩했다. 자칭 보수정당의 대표가 사법부 판결을 걷어찼다. 법원을 향해 "계엄이 곧 내란이 아니라는 주장을 뒤집을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달 7일 첫 공식 사과에서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던 그는 한 달 만에 "절윤=분열의 씨앗"이라고 했다. 법원 1심 판결(무기징역) 직후 침묵하더니, 고작 하루 만에 들고나온 것은 '유체이탈' 화법.
그나마 심폐소생술로 연명하던 보수의 숨을 완전히 끊었다.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끝내 '극우 아스팔트'에 올라탔다. 지난해 대선 당시 범보수를 찍었던 49.5%(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1.2%+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8.3%) 국민 대신 전한길·고성국 등 극우 유튜버 세력을 끌어안은 셈이다.
입틀막(입 틀어막기) 정권에 맹종한 후과다. 2022년 3월9일 당선 이후 계속된 입틀막. 윤건희에게 맹종한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시작으로, 안철수·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을 찍어 눌러도 침묵한 기묘한 맹종의 시기.
윤석열정부 1060일간 그랬다. 내부 비판은커녕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눈에 거슬리면 좌표 찍는 한국판 '홍위병 정치'가 횡행했다. 당내 초·재선부터 중진까지 동조했다. 상식 밖 침묵의 카르텔. 그사이 윤핵관들은 윤건희의 귀를 막고 활개 쳤다. 친윤(친윤석열)계의 맹목적 충성 경쟁과 이단 취급받을까 눈감은 비윤(비윤석열)계의 이상한 동거.
그 결과는 참혹했다. 한국 보수의 장점인 헌법 가치는 완전히 붕괴됐다. 도덕적 용기가 실종된 지도 오래다. 자기희생도 윤리적 성찰도 없다. 침묵과 맹종이 보수정당의 숨을 끊자, 극우 아스팔트 세력이 국민의힘을 점령했다. 우매한 윤석열이 자기 성곽 내 반대 세력을 치는 데 집중하자, 극우 유튜버들이 그 공간을 치고 들어왔다.
질서 있는 퇴진도 필요 없다
단단히 고장 났다. 아니, 고장 난 정도가 아니라 폭망했다. 상식의 지배는 온데간데없이 골목대장을 추종하는 똘마니들과 뒷골목 건달(극우 유튜버)들이 당을 접수했다. 해방 이후 건국(이승만)과 산업화(박정희)를 이루고 민주화(김영삼)에 일조한 한국의 보수가 어쩌다가 정치 건달로 전락했나. 반세기 넘게 보수를 지지한 국민에 대한 명백한 패륜이다.
끊어야 한다. 끊어야 산다. 극우 유튜버와 절연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2차 내란'이다. 12·3 불법 계엄 실무자의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전 국군정보사령관) 자리에 누가 있나. 전한길과 고성국 아닌가.
박근혜 탄핵 이후 보수의 잃어버린 10년과 절연하는 첫발은 장동혁 퇴진. 윤석열·장동혁 동일체의 본질은 부정선거 등의 '망상'의 정치다. 장 대표 역시 계몽령을 일삼은 윤건희의 귀태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 윤건희정권의 숙주인 장동혁 체제를 도려내야 보수가 산다는 얘기다.
질서 있는 퇴진도 필요 없다. 연판장이라도 돌리시라. 보수의 운명은 친한(친한동훈)계부터 초·재선 소장파 등 비윤계의 몫. 이들 역시 윤석열정권의 입틀막에 항복하지 않았었나. 반성 없는 외침은 공허하고 행동하지 않는 정치는 위험하다. 보수여, 역사의 목소리를 경청하라. 조선을 팔아먹은 이완용으로 남을 셈인가. 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난 10년간 보수의 굴레였던 '배신자 프레임'을 이겨낼 미움받을 용기. 음모론에 사로잡힌 보수, 그런 보수는 없다.
최신형 정치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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