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1대 주주인데 외톨이…MBK·영풍의 고려아연 딜레마
'우호 지분'은 최 회장에…과거 주총 결과 재연 가능성
'보수적 선택' 무게…국민연금 변수도 MBK·영풍 측 불리
2026-03-19 15:33:11 2026-03-19 15: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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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막판 표 대결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이 1대 주주임에도 고립된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분율에서는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우호 지분 확보에 실패하면서 실질적인 의결권 경쟁에서는 열세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기 주주총회 역시 지난해 1월과 3월 열린 주주총회와 유사한 결과가 재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지난해 열린 임시 주총에선 MBK·영풍 연합은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고도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단 한 명의 이사도 선임하지 못했다. 당시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합해 34.35%였다.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도 최 회장 측 이사 후보 5명 전원이 선임되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특히 임시 주총 땐 MBK 측이 내세운 이사 선임 안건은 찬성률이 20~30%대에 머물며 전원 부결되는 수모를 겪었다.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7명은 모두 과반의 찬성을 확보하며 사외이사로 선임된 반면,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을 포함한 MBK·영풍 측 후보 14명은 득표 순위 상위 7위 안에 들지 못해 이사회 입성에 실패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MBK·영풍 1대 주주에도 우군 '전무'
 
현재 MBK·영풍 연합과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 격차는 5% 안팎으로 추정된다. 다만 MBK·영풍 측은 1대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 우군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최근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MBK·영풍 측 이사 후보 선임에 대해 반대 권고하며 다시 한번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지난해 주총 당시 기관 투자자들이 MBK 측 안건에 대거 반대하거나 기권하며 찬성률을 20%대로 떨어뜨렸던 상황과 비슷하다.
 
현대차(005380)·한화(000880)·LG화학(051910) 등 고려아연의 대기업 전략적투자자(SI)들에게도 백기사 역할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5.22%), 한화(7.8%), LG화학(1.9%) 등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10%를 훌쩍 넘긴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공식적인 의결권 행사 방침에 대해 침묵을 지킨 채 전략적 중립을 지켜왔다.
 
시장에선 이들 기업이 니켈·배터리 소재·재생에너지 등 핵심 사업에서 고려아연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지분으로 분류된다. 경영권 분쟁에 직접 개입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이어가고 있지만, 유사시엔 MBK·영풍 측이 아닌 최 회장 측 우호 세력으로 표심이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합작법인(JV)인 크루서블이 이번 3월 정기주총에서 처음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앞서 크루서블 JV은 2조8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0.59%의 지분을 확보했다. 고려아연이 지난해 12월 임시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정부 및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약 10조9000억원(74억달러)을 투자해 제련소 건설 계획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포함된 유상증자다.
 
당시 지분 구조는 MBK·영풍 측이 약 44%로, 32% 수준이었던 최 회장 측에 불리한 구도였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지분 구조로 양측의 지분율은 팽팽해졌다. 외형상 크루서블 JV은 제3자 지분에 해당되지만, 전략적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된 투자라는 점에서 사실상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해당 유상증자를 두고 MBK·영풍 측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법원은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맺지 않았고, 추천 이사 역시 사외이사 1인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유상증자를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 의향 '최대 변수'…현 경영진에 '우호적' 평가
 
이번 분쟁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도 MBK·영풍 측에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다. 과거에도 국민연금은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5년 동안 열린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현 경영진이 올린 안건에 대해 90%가 넘는 찬성률을 보였다.
 
최근 사례만 놓고 봐도 국민연금은 과거 2024년 당시 배당 정책과 정관 변경 건에 대해 최 회장을 손을 들어주었다.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도 MBK·영풍 측이 제안한 신규 이사 14명 선임 안건에 대해선 반대하며 부결시켰으며,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안에 찬성해 현 경영진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의결권 행사 부담이 적지 않다.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권고가 일부 엇갈리거나 모호한 상황에서 향후 의결 결과에 따라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가장 보수적인 선택지로 현 경영진의 성과를 근거로 삼아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진단이 흘러나온다.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24일 열린다. 글로벌 자문사 등이 권고한 '이사 5인 선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고려아연과 크루서블 JV 측 후보가 선임될 경우, 이사회는 고려아연 총 13명, 크루서블 JV 1명, MBK·영풍 6명으로 구성된다. MBK·영풍 입장에서 바라던 이사회 과반 장악에는 크게 못 미치는 구성이다.
 
현재 이사회는 직무정지 4명을 제외하면 고려아연 측 11명, MBK·영풍 측 인사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19일 최 회장을 포함해 임기가 만료된 이사 6명 중 5명은 최 회장 측 인사이며, 나머지 1명은 장형진 영풍 회장이다. MBK·영풍 측은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박병욱 회계법인 청 대표와 최연석 MBK파트너스 파트너와 사외이사 후보로 최병일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선숙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 오영 후보자 등 5인을 추천한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주총 역시 지난해 임시주총과 유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현 경영진이 우군 확장에 강점을 보이면서 상황은 경영권 분쟁 외 양측의 법정 소송으로 비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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