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야 산다’…산업계, ‘장기전’ 돌입
정유 “매일 비상…수출제한 조치 필요성도”
‘노심초사’ 항공업계…수조원대 손실 우려
자동차·가전도 물류·원가 상승…’이중 압박’
2026-04-13 16:36:50 2026-04-13 16:43:30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결렬 이후 미국이 대이란 해상 봉쇄에 돌입하는 등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산업계의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까닭입니다. 이에 기업들은 중동 상황과 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대기하는 유조선과 화물선. (사진=연합뉴스/AP)
 
13일 산업계는 이날 미국이 이란의 모든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 조치를 단행하기로 발표하자 악화일로를 걷는 사태에 수심이 가득한 모습입니다. 특히 이란이 이번 조치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군사적 보복을 예고한 만큼,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기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한 달 반가량 이어진 중동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비상사태를 이어가며 대체 수급선 확보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중동산 원유·나프타(납사) 수급 차질로 재고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연쇄 가동 중단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4월과 5월 비축유 방출 없이 각각 5000만배럴, 6000만배럴 규모의 대체 원유를 확보했고, 평시의 80% 수준으로 나프타 수급도 회복돼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응급 대책일 뿐 사태 장기화에 따른 향후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적잖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하루하루가 비상으로, 상황이 매일 바뀌고 있어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길어질 경우 무엇보다 수급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와 함께 수출 물량에 대한 (제한 조치 등) 판단을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고유가에 시름하고 있는 항공업계 역시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항공유가 영업비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고유가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까닭입니다. 최근 싱가포르 주간 평균 기준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200달러에 육박해 중동 전쟁 이전 약 90달러보다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급등한 항공유 가격은 더욱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은 약 3050만배럴로, 유가 1달러(배럴당) 상승 시 약 3050만달러(450억원)의 손해가 발생합니다. 현재 유가 상승분이 이어질 경우 대한항공의 손실 규모는 연간 조 단위를 훌쩍 뛰어 넘을 가능성도 큽니다.
 
여기에 고유가로 인해 해외 공항에서 급유 제한 조치가 이어지는 점도 국내 항공업계에 닥친 암초 중 하나입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으로 고유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전방위적 운항 축소 등의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해상 운임 등 물류비 상승과 주요 원자재 수급 불안은 국내 주력 산업계의 공통된 우려 중 하나입니다. 가전과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수출 산업의 경우 부피가 크기에 운송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사태가 길어질수록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실제로 기아는 최근 진행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3개월 이내 사태가 종료될 경우 약 4만대 정도의 판매 손실을 예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길어질 경우 손실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가전업계도 2분기 실적 둔화 경고등이 켜진 상황입니다. 물류비와 원가 상승 이중 압박은 결국 수익성에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해상운임 할증 등으로 물류비 등의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해상 물류 리드타임(총 소요시간) 증가 가능성을 감안해 물동, 재고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등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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