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을 계기로 ‘초과이익 배분’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경영계가 노조의 영업이익 분배 요구에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히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기업의 이익 배분은 임금이 아닌 까닭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고, 이에 따라 단체교섭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노동계가 즉각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하는 등 기업의 이익 분배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일 ‘도요타 노사관계의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최근 삼성전자 등 대기업 성과급 협상 과정에서의 핵심 쟁점인 노조의 ‘영업이익 분배 요구’를 직격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1위 업체인 도요타의 노사협의회에서 나온 발언을 근거로 한국의 노사관계가 대립적인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보고서는 “도요타 노조는 무조건적인 분배를 요구하기에 앞서 회사가 직면한 품질 저하와 생산 차질의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했다”며 “또 도요타 노조는 스스로 생산성 향상이나 원가 절감을 위해 일하는 방식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는 생산성 향상이 전제되지 않는 고비용 구조는 결국 노사 모두를 공멸하게 만든다는 공동체적 인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 기업의 노조는 장기적인 미래 생존이나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이익 분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경영계의 시각입니다. 보고서는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의 N% 성과급 지급’ 요구와 관련해서 연구개발(R&D) 및 미래 기술 투자 재원을 심각하게 잠식할 수 있고, 정규직 노조 중심의 기득권 지키기로 인해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위화감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습니다.
경총은 전날에도 ‘특별권고’를 통해 노조의 이익 분배 요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경총은 “기업의 이익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 고용, 연구개발,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돼야 하는 경영 자원”이라며 “기업의 이익 배분은 임금이 아니기에 요구에 응할 법적인 의무가 없고, 제도화 요구도 단체교섭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조의 영업이익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자 경영계가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히며 반격에 나선 셈입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경총의 권고는 교섭 대상과 임금성 법리를 의도적으로 혼용하는 왜곡된 주장”이라며 “성과 배분을 교섭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시대착오적 권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한국노총은 영업이익 배분이 임금이 아니라는 경총의 지적에 대해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성과급이든 이익공유금이든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노동자와 어떤 기준으로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라며 “경총의 주장은 노사 간 합의로 각종 성과급, 복지제도, 주식보상제도, 경영성과급 등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의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동자가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는 요구는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며 “성과 공유는 노동자의 참여와 혁신을 촉진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노사 간 대화”라며 “경총은 시대착오적 권고를 철회하고 기업의 성장과 노동자의 정당한 몫을 함께 논의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처럼 기업의 이익 배분에 대한 찬반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해당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만큼 보다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기업의 성과에 온갖 자원이 동원되는 것이니만큼 공급망 사슬과 지역 공동체 등 사회적 배분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때”라며 “강제화, 제도화까지는 아니지만, 자발성에 기초한 규범화 논의를 시작해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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